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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03 나는 뜨겁게 보고 차갑게 쓴다
  2. 2008.11.03 공동체상영 100회 기록한 다큐 <어느 날 그 길에서> (4)

나는 뜨겁게 보고 차갑게 쓴다

자유 게시판 2013. 10. 3. 17:49

 

『나는 뜨겁게 보고 차갑게 쓴다』

-세상과 사람과 미디어에 관한 조이여울의 기록 

291쪽/ 판형 170*224 /값 15,000원
 

여성 저널리스트가 뜨거운 시선으로 발굴한 한국사회 

“이 책은 ‘여성’의 문제에서 출발하지만 노동, 동물, 환경, 농업, 생명윤리, 평화 등의 주제들과 끊임없이 교차시킴으로써, 여성주의의 전통적 쟁점들이 ‘인간’의 보편적 가치들과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복잡한 이론을 동원하거나 사실을 나열하는 대신, 때로는 저자의 맛깔스러운 이야기로, 때로는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인터뷰이의 입을 통해 문제의 핵심을 드러내 보여주고, 독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 

이 책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한국 사회 의제를 어려운 이론을 빌리지 않고 “인간의 긍정적인 힘”이나 “용기”, “믿음”과 같은 가치들과 결부시켜 설명해간다. 이 책이 재미있는 대목은 이 부분이다. 기존의 언론에서 사회 문제를 읽어내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제3의 시선’으로 사회를 읽어내며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현장과 사람들의 생생한 인터뷰에서 저자가 주요하게 포착하는 인간의 내면적 가치를 끌어올린다. 

“기억 저편에 은폐된 사실과 묻힌 역사를 발굴하여 진실을 수면 위로 드러내고 생생한 현장을 복원해내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다. 저널리스트로서 그 역할을 해나간다는 것이, 그 과정에서 인간과 세계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통찰력과 가슴 설레는 영감을 선물로 받는다는 것이, 내게는 무척 큰 기쁨이고 영광이다.” (p.189) 

저자의 이 말은 <3장 발굴>의 발문에 수록된 글이다. 한국 사람들이라면 다 알만한 ‘3.1운동’이나 ‘제주도 해녀’, ‘황우석 사태’를 주제로 삼으며 “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라고 말한다.

그는 역사적 사건들에서 그 사건의 핵심이라고 할 만한 진실이 어떻게 숨겨지고, 은폐되어 있는지 하나하나 끄집어낸다. 그리고 과거의 사건들을 현재와 연결시켜 그 사건들이 어떻게 우리에게 계속 영향을 주는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차근차근 설명해나간다. 그러면서 저자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에는 해결의 열쇠가 있다”고 힘주어 주장한다.  

저자의 뜨거운 시선을 좇아가다 보면 노동, 사형제, 성매매, 환경, 소수자 인권, 평화 등 쉽게 풀리지 않을 듯한 실타래 속에서 해결의 실마리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 저널리스트가 10년이 넘게 발굴한 한국 사회의 속살을 만나면서 한 시대의 문제를 공감하며 성찰적인 논쟁을 지필 수 있을 것이다.
 

조이여울 기자가 차갑게 써 내려간 10년의 기록

“조이여울 기자는 대한민국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단지 다른 기자들은 눈여겨보지 않는 소수자들의 삶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단순한 ‘기록자’에 머물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서 마치 없는 사람 취급 받았던 성 소수자, 입양인, 성폭력 생존자 등 다양한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가시화 했고 사회적 의제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진정 ‘이슈 생산자’였고, 가장 주목할 만한 기자였다.”
                                                              -전홍기혜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 편집국장 


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국장이 묘사한 것처럼 조이여울 기자는 ‘이슈 생산자’였다. 특히 여성과 소수자, 인권, 저널리즘 영역에서 영향력 있는 담론을 생성해왔다. 지난 10년간 조이여울 기자의 글과 말에 대해 ‘날카롭다’고 기억하는 이가 많다. 

20대부터 정치, 사회 문제에 대해 논쟁적인 오피니언 리더로 활동해온 저자는 신랄하고 비판적으로 한국 사회에 입을 대왔다. 뿐만 아니라 다른 언론들의 행태와 기사에 대해 비평하는 일도 꾸준히 해왔다. 저자는 특히 다른 어떤 영역보다 미디어에 종사하는 기자들에 대해서 유독 책임감을 더욱 강하게 주문한다. 

적어도 기자라면 세상이 가르쳐준 대로 생각하고, 배움 없이 취재하고, 성찰의 과정 없이 기록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p.261) 

저자는 “저널리스트로 살아간다는 것은 내 것과 다른 세계관을 만나 부단히 부딪히고 깨지는 작업인 동시에, 그를 통해 끝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저널리스트의 기록은 사회의 그늘지고 어두운 곳에 빛을 쏘이게 하는 작업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 믿음으로 10여 년간 기록한 한국 사회의 초상!

저자와 함께 뜨겁게 보고, 우리 주변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이 가질 수 있는 힘, 희망

“글이 가질 수 있는 힘 혹은 영향력은 어디까지일까. 문제에 얽힌 전 과정을 다시 한 번 찬찬히 돌아보고 궁극에 다른 시각을 갖게 하는 것,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내는 근원적인 힘은 거기서 생겨나는 게 아닐까.
이 책 한 권을 읽은 후 나는 여러 가지로 명쾌해졌다. 시원한 기운이 온몸을 훑고 지나간다.” 
                                                                                      -김소희 ‘작은자 야간학교’ 교사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누구나 이 추천의 글에 공감할 것이다. ‘시원하고, 따뜻하고, 재미있다’고. 이 책의 묘미는 여기에 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자들로부터 “재미있다”, “시원하다”는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2장 인터뷰>의 예만 들어보더라도 야생동물, 미혼모, 탈핵, 아동성폭력 후유증, 토종씨앗 지키기 운동 등 한국 사회의 뜨거운 현안 이야기들이다. 조이여울 기자는 기록을 하며 사람들을 만나는 작업은 “언제나 즐겁고 생기가 넘치는 작업”이었다고 말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무늬를 만들어가는 생동하는 현장이 있고, 또 한 사람의 이야기가 여러 독자에게 공유되고 사회로 확산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기쁨이 있기에, 저널리스트로서 나의 삶은 지지치 않을 것이며 인터뷰 또한 계속될 것이다.” (p.123) 

조이여울 기자가 말하는 기록 작업은 생동하는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배우며, 거기서 희망을 발견해서 매체를 통해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작업이다. 그렇기에 “즐겁고 생기가 넘치는 작업”의 생생한 기운이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이 책은 한 저널리스트의 고뇌에 찬 10년의 기록일 뿐 아니라, 그 기록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소리 없이 희망의 씨앗을 뿌려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소중하다.  

 

저자 소개: 조이여울

저널리스트. 20대부터 페미니즘과 사회운동에 대한 논쟁적인 오피니언 리더로 활동해오다 2003년 미디어 <일다>를 창간하였다.
왜곡되거나 날조된 사회적 사건을 재조명하고 은폐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발굴하는 글을 다수 발표함으로써, 주류 저널리즘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며 언론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여성주의 저널리즘, 평화 저널리즘을 교육하는 미디어운동가이기도 하다.
 

차례

여는 글 성찰하는 사람의 글은 따뜻하다 

1장. 기획모든 문제에는 해결의 열쇠가 있다

“우리는 보복이 아닌 회복을 원한다”
-살인피해자 가족이 말하는 사형제와 진정한 치유

스무 살 임씨의 일기장, 그슬린 진실
-섹스산업의 호황 속에 거래되는 여성의 몸

평등하게 일하고 싶다
-노동의 성별 분리와 차별에 대한 보고서

너무 젊지도, 너무 늙지도 말라?
-나이주의, 고용시장을 움직이는 이상한 법칙

‘또 하나의’ 사람, 트랜스젠더
-성 염색체에 갇히지 않는 인간의 다양성에 대하여
 

2장. 인터뷰그들 스스로 말하게 하라

길 위에서 길을 묻다
-야생동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황윤 감독

“한국은 잘사는데, 왜 아이를 포기하는 거죠?”
-한국입양아의 아버지 리처드 보아스, 미혼모 인권을 말하다

핵 없는 미래, 정치 패러다임 변화에 달렸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박진희 소장에게 듣는 ‘녹색정치’의 가능성

“성폭력을 둘러싼 ‘시선’이 변해야 해요”
-생존자 너울이 말하는 아동성폭력의 특성과 후유증

‘오래된 미래’를 심는 사람
-토종씨앗 지키기 운동의 싹 틔운 농부 한영미
 

3장. 발굴 ▶ 숨은 그림, 혹은 은폐된 의미 찾기

이름 없는 수많은 ‘유관순들’을 기억하라
-10대 여성과 기생들이 주도한 3·1운동의 의미를 되새기며

묻힌 해녀 정신 ‘캔다’
-우리가 몰랐던 해녀공동체의 역사와 삶

여성의 몸은 어떻게 생체실험 대상으로 전락했나
-황우석 사태의 진실을 파헤치다 

4장. 언론비평 ▶ 진실은 어떻게 왜곡되고 가려지는가 

► 뉴스는 포르노다?

특종이란 무엇인가/ 언론이 좋아하는 ‘전문가’/ 신문 기사에서 ‘장애인 찾기’/ 성폭력 보도, 누구의 시선을 대변하나 / 사실 왜곡 일순위는 ‘동성애’/ 어머님의 눈물 보여주려 했다? / 버지니아공대 총기 참사와 한국 언론 / 환경비용 고려하지 않는 ‘그들만의’ 계산법 / 언론이 만든 전쟁은 거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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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상영 100회 기록한 다큐 <어느 날 그 길에서>

일다와 함께 2008. 11. 3. 16:24

로드킬(Roadkill)을 다룬 "어느 날 그 길에서", 2006

한국에서 생태다큐멘터리 장르를 개척한 황윤 감독의 <어느 날 그 길에서>가 극장상영에서도 호응을 얻었지만, 그 이후 공동체상영 100회를 기록했다는 소식입니다. <어느 날 그 길에서>는 로드킬(Roadkill, 야생동물 교통사고)을 다룬 다큐입니다.

공동체상영이란, 지역관객들을 위해 언제, 어디서라도 영화 관람이 가능하도록 마련한 대안적인 상영방식인데요. 학교과 단체, 소모임, 지역축제, 작은 마을 단위까지 전국의 다양한 공동체에서 꾸준히 상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 3월, 극장 상영을 앞두고 황윤 감독과 만나 인터뷰를 했는데요. 야생동물의 시선, “인간 종(種)을 넘어선 관점”으로 영상을 기록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실생활에서든, 매체를 통해서든 야생동물의 시선을 만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그런 의미에서 <어느 날 그 길에서> 공동체상영 확산 소식이 무척 반갑습니다
.


야생동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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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사회 곳곳에 남성중심적인 편견과 차별이 스며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장애인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면, 철저한 비장애인 중심의 이기적인 사회가 그 실체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때문에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소수자의 시선을 배우고 그 눈높이에 맞춰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의 눈높이로 본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지구에 인간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한에는, 다른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배워야 할 시선이 분명 있을 것이다. 다큐멘터리 감독 황윤(36)은 그런 시선을 가진 사람 중 하나다. 그는 야생동물의 시선, 즉 “인간 종(種)을 넘어선 관점”에서 영상을 기록하려 노력한다.
 
황윤 감독은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의 삶을 포착한 <작별>(2001)부터, 북한 중국 러시아 접경지역의 자연보호구역 호랑이들의 이야기<침묵의 숲>(2004), ‘로드 킬’(road kill)을 영상에 담은 <어느 날 그 길에서>(2006)로 이어지는 ‘야생동물 3부작’을 만들었다. 그 중 <작별>과 <어느 날 그 길에서>가 다큐멘터리로는 드물게 상영관을 얻어,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게 됐다.
 
한국에서 생태다큐멘터리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황윤 감독을 만나 야생동물의 시선으로 본 세상 이야기와, 그 시선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과정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황윤 감독의 영화가 야생동물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은 기존의 영상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는가.
 
“미디어가 야생동물을 그리는 방식은 문제가 많다. <킹콩>이나 <늑대인간>, <괴물>에서처럼 폭력적이고 위험한 존재로 묘사한다. 야생동물을 야만적이라고 보는 시각을 반영한다. 그러나 야생은 ‘야만’이 아니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괴하고 스스로 몰락하고 있는 인간 문명이 ‘야만’이다.
 
미디어에 등장하는 동물들의 이미지는 희화화되는 경우도 많은데, 동물이 주제가 되는 코미디나 광고에서 볼 수 있다. 때로 아이의 목소리가 덧입혀져 의인화되기도 한다. ‘크레인’(<작별>에 등장하는 새끼호랑이)도 당시 TV에 출연한 적이 많았는데, TV에선 <작별>과는 정반대 모습으로 등장했다. 개구쟁이, 장난꾸러기로 나왔다. 미디어의 관습화된 표현이다.
 
반면 내셔널지오그래픽 같은 자연다큐멘터리들은 순기능이 있다. 나 역시 어릴 때 이런 영상들을 통해 동물들을 볼 수 있었고,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인간이 중심이 되어 동물들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서 동물들의 보호자 혹은 관리자 위치에 두는 것이다.”
 
그렇다면 황 감독은 야생동물의 존재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나는 야생동물들이 우리의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지구도 작은 마을이다. 지구라는 어머니에게서 같은 몸을 가지고 태어난 생명체로, 동등한 위치에서 바라보고 싶었다. 사람도 동물인데, 사람들은 동물들을 사람과 떼어내어 한 차원 낮게 바라본다. 그래서 <어느 날 그 길에서>를 만들 때는 야생동물이란 말 대신 ‘대지의 거주자들’이라는 낯선 표현을 사용했다.”

동물원의 동물들의 삶을 다룬 "작별", 2001

영화 <작별>을 보면 동물원의 이미지가 낯설게 느껴진다. 아까 “미디어의 관습화된 표현” 이야기를 했는데, 이것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말해달라.
 
“동물원은 ‘꿈과 낭만의 공간’으로 포장되어 있다. 아이들에겐 동화 같은 곳이다. 언제나 경쾌한 음악이 흐르고, 동물장난감과 인형이 있고, 코끼리 열차가 다니는 곳.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게 장치가 되어 있다. 그런데 대중미디어가 이를 더욱 강화한다. ‘동물원의 여름 나기’, ‘겨울 나기’, ‘휴일의 동물의 풍경’ 등 한결 같은 이미지를 보여준다. 갇힌 동물들 입장에선 억울한 일이다.
 
동물원 역사가 100년이라는데, 나는 한 번쯤은 관광객들의 입장이 아닌 동물들의 입장으로 동물원이라는 공간을 바라볼 수 있는 영상을 만들고 싶었다. 동물들의 입장에서 동물원은 어떤 공간인지, 이 공간을 찾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인지 담고 싶었다.”
 
<작별>은 무엇보다 야생동물들의 감정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동물의 감정을 어떻게 카메라에 담아냈는가.
 
“동물들이 주체가 되어 이야기하는 영상을 만들고 싶었다. 언어가 달라 동물들을 인터뷰할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얼굴과 표정을 클로즈업해 담았다.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얼굴을 바라보는 것이다. 눈동자와 표정, 몸짓을 통해 동물들의 감정과 욕구를 드러내려 했다. 사람들은 동물과 대화하는 것이 어려울 거라고 생각을 하지만, 애정을 가지고 상대에게 귀 기울이면 가능하다.
 
미디어에서는 동물원을 보여줄 때, 인간을 중심에 놓고 동물들을 배경으로 둔다. 나는 반대로 동물들을 중심으로 관람객들이 배경이 되는 영상을 담았다. 전시장에 비치는 사람들의 이미지, 스쳐 지나가는 모습들, 발자국과 웅성거리는 소리들을 그 안에 갇힌 동물들의 시선에서 담았다.”
 
<어느 날 그 길에서>는 도로 위에서 죽음을 당하는 야생동물들의 이야기다. <작별> 이후 계속해서 야생동물 이슈를 다루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다른 다큐멘터리 감독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하나를 찍게 되면 결국 다음 작품에서도 그와 관련된 주제를 깊이 파고들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작별>을 찍으면서 ‘야생동물소모임’과 만나게 된 것이 인생의 최대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모임 구성원들을 통해 야생동물에 대한 많은 정보들을 얻고, 새로운 관점도 배우고, 영화도 촬영하게 됐다. ‘야생동물소모임’ 활동을 하면서, 야생동물들이 우리와 같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까지 내가 그들을 몰라보았다는 것에 대해 미안함을 느꼈다. 그런데 그 동물들이 이미 멸종 위기로 가고 있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때라고, 지금이라도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그 길에서" 촬영 장면

<어느 날 그 길에서>의 경우엔 중간중간 감독의 상상력이 표현되는데, 영상을 구현해내고 편집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달라.

 
“로드 킬 이야기기 때문에 <작별>과는 달리 동물들을 가까이서 촬영할 수 없었다. 죽은 동물들의 이전 모습을 추적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살아있는 동물들의 모습을 담아 재구성하는 방식을 취했다. 도로에서 참혹하게 죽기 전에는 이렇게 사랑스러운 모습이었고, 이들에게 일상이 있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1분 전까지 고라니는 친구를 만나러 가고 있었고, 삵은 쥐를 잡으러 가고 있었고. 이런 식으로 상상력을 발동했다. 동물들의 대화를 상상해서 자막을 넣는 방식을 택했다. 목소리를 입히면 ‘인격화’하는 우려가 있어서 무성영화처럼 글자만 넣었다.”
 
이 작품을 보고 나면 일상적으로 다니던 길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고, 자동차들이 무섭게 보인다. 영화를 보면서 야생동물들의 눈높이에 맞추게 된 것 같다.
 
“이 작품에서도 야생동물의 눈높이에서 도로와 자동차의 모습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갈대 숲 사이로 고라니가 고개를 빼고 마을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으면, 카메라를 갈대 위에 두고 마을의 모습을 담아 고라니의 눈에 비친 세상을 보여주려 했다. 깜깜한 밤에 동물들의 눈에 비친 자동차는 어떤 모습일지, 눈에서 불을 뿜어내는 무시무시한 괴물로 보일 것이다. 그런 영상들을 만들어냈다. 또 두꺼비의 입장에서 자동차는 어떻게 보이는지를 영상에 담기 위해, 바닥에 렌즈를 붙이고 위로 차가 지나가게 하는 방법을 썼다.”
 
<작별>과 <어느 날 그 길에서>는 야생동물들에 관한 이야기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인간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보는 이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남긴다.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 항상 관객의 눈을 고려하는지 궁금하다. 또,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가.
 
“촬영할 때 언제나 이 영상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고민한다. 나는 <작별>이나 <어느 날 그 길에서>를 만들 때 끔찍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고발 영상을 만들고자 한 것도 아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야생동물들이 어떤 상황인지, 한번쯤은 갇힌 동물들의 입장에서 동물원을 바라보고, 로드 킬 당하는 동물들 입장에서 도로를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랬다.
 
<어느 날 그 길에서>의 ‘길’의 의미는 일차적으로 동물들의 무덤이 되어버린 도로를 뜻하지만, 한편으로 ‘우리가 어떤 길로 가고 있는지’를 묻는 것이기도 하다. 도로개통식에 가보면 ‘행복을 이어준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언론도 도로개설에 대해 ‘시간 단축, 물류 비용 절감, 지역경제 발전 기대’라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경제성장에 대한 신화, 개발이 더 풍요로운 삶으로 가게 해줄 거라는 믿음,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관객들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미지와 다른 관점으로, 개발과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 조이여울
황윤 감독 “우리는 어떤 길로 가고 있는가”

*공동체상영 문의 http://www.OneDayontheRoa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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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가던 이 2008.11.03 17:23 Modify/Delete Reply

    하이퍼텍 나다에서 두 작품을 연속으로 보고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했던 기억이 나네요. 지리산을 감싸는 도로 전체에서 로드킬이 일어나고 있다는 결과를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팔팔이의 죽음에는 눈물이 그치질 않았고요. 차를 타지 않을 수는 없지만 절대 내 손으로 운전하지는 않겠다는 결심을 더 확고하게 해 준 영화였어요. 지금도 마음이 아프네요.

  2. 화사 2008.11.04 01:39 Modify/Delete Reply

    와아..황윤 감독님!!!

    저도 하이퍼텍 나다에서 두 작품 연속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돼서 '작별'을 못봤어요..ㅜ.ㅜ

    아아..공동체 상영 신청(?)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 여울 2008.11.04 10:49 Modify/Delete

      아마도... 공동체를 만들어서 신청을 해야겠지요..? ^^
      화사님이라면 가능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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