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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에 대한 입장

일다와 함께 2015. 2. 28. 00:54

2015년 2월 26일, 헌법재판소가 형법 241조 간통죄 처벌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아래 글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5년에 간통죄 폐지를 주장하는 입장에서 토론한 내용이다.

 

간통죄 폐지를 요구하며
성적 자기결정권 영역에 공권력 개입해선 안돼


<여성주의 저널 일다> 조이여울 

 
이 글은 지난 11월 1일 국회의원 염동연 의원실에서 주최한 “간통죄 폐지를 위한 <형법 및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 공청회-간통죄, 가정보호 수단인가 인권의 굴레인가”에서 필자가 발제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편집자 주

 

법의 역할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사회구성원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라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하는 바일 것입니다. 인권이 큰 화두가 된 21세기 들어와선 더더욱 법이 사회적인 통념을 좇아가는 데 그 역할을 제한해선 안 되며, 사회구성원들의 실제 삶의 요청을 받아들이고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간통죄를 존속시키고 있는 현행 법과 헌법재판소의 입장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전근대적이고 비합리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것보다 가정을 보호하는 것이 더 우선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과연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인간의 권리가 혼인이라는 계약관계 속에서 부차적으로 취급되거나 희생되어도 좋은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아야 합니다.

 

개인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공권력

 

최근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국가기관에 의한 ‘도청’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사회는 개인의 자율권이 지켜져야 할 영역에 공권력을 무차별 투입하는 것을 관행으로 삼아왔습니다. 경찰이 지역의 골목 골목까지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면서도, 이로 인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의 사생활 권이 침해된다는 피해사실은 간과한 채, 해당 지역의 범죄 발생 건을 낮추거나 발생 시 손쉽게 잡을 수 있다는 편의주의에 치중할 따름이죠.

 

얼마 전까지 한나라당이 도입하고자 했던 효도특별법 제정(안) 역시 ‘효’라는 유교윤리를 현대사회가 개인에게 강제적으로 부여하고 이를 어길 시 처벌하겠다는 발상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노인복지의 문제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담당하고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에게 법적인 강제를 통해 짐 지워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간통죄 역시 혼인관계에 있는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정조’를 지키지 않았을 때 국가가 처벌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므로, 이 법을 존속시키는 것은 사생활이나 개인의 자율권 영역에 공권력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개인의 양심이나 가치관, 혹은 타인과의 소통으로 해결해야 할 사적인 문제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인간의 자율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통죄가 21세기 들어와서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개인의 인권, 특히 프라이버시권과 성적 자기결정권을 소중한 가치로써 대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간통죄 존속과 여성의 권리

 

간통죄 존속을 여성의 권리와 연결시키려는 시도가 최근 있어왔는데, 그 때의 ‘여성’은 기실은 혼인관계 속에서 한 남성의 ‘배우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이를 남녀평등과 연관 짓는 데엔 큰 한계가 있습니다. 간통죄는 그 입법의 시발이 남편 가문에 속해 ‘정조’를 지키지 않은 여성을 단죄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므로, 간통죄 존속이 여성들을 위한 보루라거나 약자를 위한 장치라고 바라보는 시각은 적절치 않습니다.

 

간통죄는 이혼심판청구를 할 때에만 고소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이혼을 하기 위해, 혹은 위자료를 받기 위해, 이혼 시 더 많은 재산을 분할 받기 위해 필요한 건 간통죄가 아니라, 이혼과정이나 부부 재산과 관련해 공평하고 합리적인 법적 절차입니다. 오히려 사회적으로 절실한 것은 간통죄 고소를 하지 않아도 배우자의 외도가 충분히 이혼의 사유가 되도록 이혼의 문턱을 낮추는 일입니다.

 

혹자는 배우자의 외도가 상대 배우자에게 커다란 정신적 고통을 안겨줄 수 있으므로, 일종의 ‘가해 행위’라고 볼 수 있지 않은가 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일반적인 연애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지요. 사랑하는 사람의 ‘변심’으로 인해 자살까지 시도할 정도로 커다란 심적 충격을 받는 이가 있다 하더라도, ‘변심’한 연인을 사회가 범죄자로 몰 수는 없는 일입니다. 다만 배우자의 외도에 있어서 합리적인 해결방식은 혼인관계의 의무가 있는 이상 고통을 겪은 상대 배우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해야 할 일이지요.

 

이와 관련한 민사법상 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며, 그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적 방안도 고려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엔 우리 사회의 성 차별과 부계혈통주의의 상징이었던 호주제가 폐지됨과 더불어, 부부 간 평등한 재산권을 갖도록 하기 위한 장치들이 속속 마련되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공평한 재산분할이 이루어지도록 이혼할 때 배우자가 재산을 몰래 빼돌리지 못하게 재산조회제도 등도 도입될 예정이고, 혼인 중에도 부부가 재산을 분할해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압니다. 이 같은 변화는 여성들의 권리 의식이나 사회적인 평등 지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입니다.

 

정조권과 성적 자기결정권

 

무엇보다 간통죄를 둘러싸고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인권의 화두입니다. 성적 자기결정권은 인간의 다른 권리와 마찬가지로, 타인에 의해 침해되어선 안 되는 소중한 권리로 존중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선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특히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인식이 미미한 실정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사회는 오랜 기간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성폭력’ 범죄에 있어서도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부녀에 대한 정조 침해의 죄’로써 문제를 삼아왔습니다. 우리 법이 여전히 배우자 간의 성폭력을 범죄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으며, 인권의 문제를 혼인관계에 의한 가족 이데올로기 속에서 다루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입니다.

 

간통죄가 존속되고 있는 이유는 이 법의 시초가 그러했듯이 ‘정조권’의 연장선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여성들이 간통죄 존속의 수혜자인양 이야기되어선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권이 전제주의나 독재정권 치하에서처럼 쉽게 무시되어서도, 양보해서도 안 되는 인간존엄성이라는 전제에 동의한다면, ‘혼인계약을 통한 가정’을 깨지 말라는 의도로 공권력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통제하거나 특정 시대의 윤리를 법으로 강제하려는 행위는 중단해야 할 것입니다. ▣ 조이여울 (여성주의 저널 일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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