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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05 기록 4. 피해를 말할 수 있는 사회인가?
  2. 2010.10.22 최현정의 <조용한 마음의 혁명> 구입할 수 있는 곳

기록 4. 피해를 말할 수 있는 사회인가?

일다와 함께 2011. 2. 5. 14:22
폭력 피해자를 죄인 취급하는 사회
<조이여울의 기록>(4) 살인피해자 가족의 죄의식, 그 사회적 의미 
 
우리는 살인, 성폭력과 같은 강력 범죄를 미디어를 통해 자주 접하면서 살고 있다. 범행의 양상이 끔찍할수록, 피해자의 규모나 피해의 정도가 클수록 사회여론이 들썩인다. 그런데 나는 범죄 사건을 접하는 대중의 여론이 상당히 소모적이라는, 그래서 피곤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성폭력, 특히 아동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냐’며 가해자를 향해 비난을 퍼붓는다. 그러나 그 반응은 기껏 하루 이틀 후면 관심에서 밀려날 정도의 중요성밖에 지니지 않고 있다. 바로 이 가벼움 때문에, 나는 범죄 사건이 마치 사람들로부터 ‘열 받는다’ ‘충격적이다’ ‘화난다’ 하는 감정을 집단적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영화의 한 장면처럼 취급된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가해자를 향해 더 많은 분노를 표한다 해서, 그것이 사건의 해결이나 피해자의 권리 회복에 더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범죄 사건의 구체성이나 가해자의 정체를 궁금해하며 그에 관한 정보를 돌리는 만큼, 피해자들의 입장에 대해서는 그다지 비중을 두어 고려해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극심한 폭력으로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이 지금 어떤 상황일지, 어떤 도움이 필요할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관한 문제. 즉 피해자의 삶과 회복의 문제는 긴 이야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하루 이틀 만에 사라져버리는 연기 같은 여론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무게를 지닌 주제이다.
 
피해를 말할 수 있는 사회인가?
 
▲2010년 6월 21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천주교주교회의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주관 <인권을 위한 살인피해자 가족모임 초청강연> 좌측부터 공지영, 살인피해자 가족 김기은, 로버트 컬리,버드 웰시 ©국제 앰네스티  

 
“한국 (살인피해자) 가족들과 만나면서, 이 사회에서 그들이 어떻게 대우 받고 있는지를 보고 몹시 화가 났다. 너무 힘들어하고 있었다. 사회적 낙인이 많은 것 같다. 마치 가족들이 무슨 잘못을 한 것처럼 말이다.” (로버트 컬리)
 
작년 6월 20일, 사형제도 폐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한국에 온 미국의 ‘인권을 위한 살인피해자 가족모임’ 버드 웰시(71), 로버트 컬리(55)씨는, 국내 살인피해 가족모임인 ‘해밀’ 소속 가족들과도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다음 날 열린 사형제도 반대 메시지를 담은 초청강연이 끝날 무렵, 두 강연자는 “어제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며 다른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살인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처우와 관련한 것이었다. 버드 웰시씨는 사랑하는 이가 살해당했는데도 가족들은 아무런 정보도, 지원도, 안내도 받을 수 없는 한국의 현실을 지적했다. “경찰과 검찰은 가해자 찾기에 관심이 있지 피해자를 지원하는 쪽에는 관심이 없다”며, 그는 “피해자를 지원하는 체계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버드 웰시씨는 또 “(살인피해자) 가족들이 자기 목소리 내길 어려워하고, 자기 경험을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는 아시아의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딸 줄리가 죽고 난 후, 자신은 14년간 딸에 대해 얘기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줄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그는 당일도 딸의 사진을 보여주며 청중들 앞에 자랑스럽게 소개했었다.
 
로버트 컬리씨는 더 나아가, 한국 사회가 “피해자를 바라보는 눈”에 대해 일침을 놓았다. 피해자들이 뭔가 문제가 있어서 그런 일을 당했다는 식의, 가혹한 시선이 존재한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그는 자신이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 피해자를 나쁜 사람으로 만듦으로써 ‘나에겐 그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려는 “일종의 방어책”인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피해자를 바라보는 눈이 바뀌길 바란다”고 한국 사회에 당부하며, “살인피해자 가족들이 본인이 잘못한 느낌을 극복할 수 있길, 살아가는데 더 편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관련한 사회적 활동도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당한 자’를 향한 냉정한 시선
 

주위로부터, 그리고 사회로부터 위로를 받아야 할 살인피해자의 가족들이 오히려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죄인이 된 기분을 느끼며 살아간다는 것은, 이치상으론 말도 안 되지만 그 상황이 어떤 건지 짐작해보는 건 우리에게 어렵지 않다.
 
죄지은 자만 죄의식을 갖는 게 아니다. 피해자도 죄의식을 갖는다. 내가 그때 다르게 행동했더라면 성폭력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내가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해서 자식이 살해당한 게 아닐까? 내가 맞을 짓을 하기 때문에 남편에게 맞고 사는 건가? 내게 무슨 문제가 있어서 남들은 겪지 않는 고통을 겪는 것일까 등등. 폭력의 피해자들은 고통스러운 상황을 맞닥뜨릴 때 자신이 뭔가 잘못한 게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나 잘못은 누구에게 있는가? 피해자들이 스스로를 탓하지 않도록 지지하고 위로해주는 역할을 사회공동체가 해주어야만 한다. ‘당신 잘못이 아니야’ 라고 이야기해줘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어찌된 일인지 피해자들의 마음과 몸을 돌보는 일에는 너무나 인색하다. 심지어 성폭력 피해자 ‘유발론’ 같은 악의적인 통념이 자리잡고서, 언제든 피해자를 향해 고개를 들이밀 준비가 되어 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라는 충격 속에 있는 사람을 향해, 우리 문화가 가하고 있는 낙인을 몇 가지 언급해보자. “자식 먼저 보낸 죄인”이라거나, “부정 탔다”거나, “며느리를 잘못 들여 집안에 우환이 생겼다”느니, 심지어 “남편을 잡아먹었다”는 둥의 저주에 가까운 말들이 오간다. 고통 당하는 이의 삶을 완전히 꺾어놓으려는 의도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처럼 가혹한 이야기를, 무서운 시선을 보낼 수 있단 말인가.
 
설사 이 정도로 낙인을 찍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 사회엔 고통을 겪은 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다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오히려 끔찍한 상처일수록 ‘묻어야 할 이야기’가 된다. 피해를 당한 일이 “뭐 자랑이라고 얘기하느냐”는 말 속에는, ‘타인의 고통을 들어줄 이가 없다’는 각박한 사회의 모습이 담겨 있다. 침묵해야 한다는 것은 세상 앞에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이고, 결국 그만큼 죄책감을 키우게 되는 것이다.
 
고통에 대한 공포를 당사자에게 전가하는 방식
 
피해를 겪은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일종의 방어책”인 것 같다고 말한 로버트 컬리씨의 지적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저 사람들은 뭔가 문제가 있어서 저런 고통을 겪는 거야’ 라고 생각해버리는 순간 그것은 곧 특별한 문제가 없는 사람들, 즉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에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하는 위안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문화가 동서양 역사를 통틀어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다고 보는데, 그것은 범죄 피해와 같은 사건뿐 아니라 ‘질병’과 같은 고통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왔다.
 
중풍과 한센병 등의 질병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공격들- ‘신의 형벌’을 받는 죄인이라고 여기고, 사회와 분리시키고, 공개적인 장소에서 눈에 띄면 돌로 쳐서 죽이기까지 했다–도 그 이면에 깔린 심리는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아직도 에이즈 환자에 대해 ‘신의 벌’이라고 이야기하는 몰상식한 종교인들이 있다.) 무서운 질병에 대한 공포를 환자에게 전가해서, 환자를 (자신과는 다른) 죄인으로 낙인 찍음으로써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려 하는 것이다.
 
환자를 보면 연민을 느끼고 기금을 마련하는 등 도움을 줘야 한다는 상식적인 생각 대신, 죄가 있다(문제가 있다)고 경멸하고 공동체에서도 분리해버리려는 시도에는 그 사회구성원들의 ‘무지’와 ‘공포를 다루는 비굴한 심리’가 깔려 있다. 이런 식으로 ‘나와는 다른’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불행이라고 간주하려 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이 겪게 된다면 어떠할 것인가. 내 자녀에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일어난 일이라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 것인가.
 
한센병, 에이즈 등의 질병은 사회적인 공포가 아니었더라면, 훨씬 더 그 증상을 감소시키거나 예방책과 치료책이 빨리 나와주었을 거라는 정보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피해자의 발언권과 회복을 지원하는 사회
 
살인, 성폭력과 같은 사건을 접할 때 우리는 관심을 누구에게 보내는가? 혹시 끔찍한 범죄에 대한 우리의 공포감을 무마시키기 위해, 부러 피해자들에 대한 생각을 지워버리는 것은 아닌가? 또 사회는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제 할일 다 했다고 보는 것 아닌가?
 
사회공동체가 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배려해주지 않을수록, 범죄에 대한 공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그와 같은 끔찍한 경험이 자신에겐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되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에겐 일어나지 않는 일일 거라고 마음으로 회피하게 되고, 그 결과로 피해자 집단은 더더욱 사회에서 고립되고 격리되어 갈 것이다.
 
가해자를 욕하는 것은 피해자의 아픔에 동조하고 그 사연을 들어주고 위로를 보내기보다 훨씬 쉽다.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은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보다 단순하고 빠르다. 그러나 사회구성원이 폭력을 겪어 너무나 고통스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 함께 아픔을 나누고 덜어주고 위로해주고 다시 살아갈 힘을 북돋워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정의’ 실현이자 사회공동체의 기본 역할 아닐까.
 
하루가 머다 하고 심각한 범죄 사건이 보도되는 우리 사회에서, 언론을 통해 전달되는 폭력행위가 선정성을 담고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이 절망하지 않고 하루빨리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옮겨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일다> 2011년 2월 5일에 실림 http://www.ildaro.com/sub_read.html?uid=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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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정의 <조용한 마음의 혁명> 구입할 수 있는 곳

일다와 함께 2010. 10. 22. 16:59

* <트라우마>의 역자 최현정의 <조용한 마음의 혁명: 심리학으로 본 한국사회 마음의 건강> 구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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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마음의 혁명>

부제: 심리학으로 본 한국사회 마음의 건강


<책 소개>


사람들이 치유 작업을 하면 잘 될 수 있을런가 물어옵니다. 그러면 저는 ‘잘 될 것이라 믿는다’고 전합니다. ‘마음을 여는 인간의 능력을, 어둠을 밝히는 투명성을 믿는다’라는 그런 뜻에서 저는 잘 될 것이라 믿습니다. 나는 그 투명성을 찾으려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 투명성 덕에 오히려 나 자신이 치유 받습니다. 인간에게 낯선 이 땅 위에서, 조용한 혁명을 함께 시작했으면 합니다.”


상심리학자인 저자가 임상 활동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를 보여주고, 한국 사회에 대한 심리학적 이해의 토대를 제공한다.


최근 눈에 띄게 심리치유 에세이나 심리학에 관련된 책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 책이 가지는 유일한 특징이 있다. 이 책은 단지 한 개인의 내적 병리를 분석하기 보다는, 사회 구조와 개인의 내면을 연결하는 조망을 통하여 한국 사회의 구조와 역사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과, 개인의 심리가 한국사회를 작동시키는 과정을 심리학적으로 설명한다.


많은 심리학 서적들은 사람의 마음을 ‘분석’하고 ‘평가’하는데 그친다. 사회의 고통에 대한 해결책으로 피상적인 대인관계 처세술을 던지거나 개인 내면의 병리 탓이라고 말할 뿐이다.


반면 이 책은 사람들 마음속에 있는 내면적 힘을 긍정하는 철학과 인간관을 기반으로, 무력하고 상처받은 개인들을 넘어서 그가 발 딛고 있는 현실과 자기 심리를 이해하고, 타인과 이웃의 마음에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는 통로를 그려 보인다.


특히 인간 내면의 부정적인 측면의 기원을 이해하고 이를 건강하게 통합할 수 있는 관점을 유지한다. 일상의 모순과 불합리성에 체념하거나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자기 심리를 이해하고, 무력한 개인이 되기보다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공동체를 지향하면서 보다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을 북돋는다.


2010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수여하는 우수저작상 수상.


<추천사>

현대인들이 안고 있는 많은 갈등과 고통, 이 깊은 상처들은 대부분 자신의 내부가 아니라 외부로부터 온 사회적 가치들에 의해 규정되고 점령된 채 살면서 입은 것들이다.

폭력 앞에 개개인은 대체로 무력하다. 본인 스스로도 알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갈등, 분노, 좌절들이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하게 되나 방치된다.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최현정은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제 마음의 소리를 듣는 자아 여행을 권한다. 최현정의 발언은 매우 통찰력이 있다. 들을 수 있어야 공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 마음의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이웃들의 아픔 또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자신뿐 아니라 자신 밖의 모든 존재들과의 새로운 관계이다. 그리고 이웃들과의 온전한 관계는 사회를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조용한 마음의 혁명’이다. 모든 변화는 제 마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참으로 혁명이라고 할만하다.

- 이화영(인권의학연구소 소장)


저자는 대학재학 시절부터 트라우마와 다양한 국가적, 사회적 폭력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온 임상심리학자다. 이 책은 그녀의 생생한 현장 체험과 냉철하면서도 폭넓은 학문적 분석, 예리한 임상적 통찰력이 결합되어 녹아 있는 책이다.

나는 저자 자신과 이 책이 조용한 마음의 혁명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가식을 벗어 던진 진정한 자기사랑과 역경을 이겨낸 사람만이 이룰 수 있는 진정한 심리적 성장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 이훈진(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인간 내면의‘ 선함’과‘ 힘’, 그로 인한 인간 스스로의‘ 치유능력’에 대한 필자의 확고한 믿음은 폭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를 지원하는 현장에서‘ 조용한 혁명’을 일으킨다.

<마음의 조용한 혁명>은 사람 마음을 깊게, 넓게,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여 어떤 마음을 품고 행동할 것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사람에 대한 사유’에 관한 책이다.

겨울날의 메마른 나뭇가지에 초록빛 새싹이 돋아나기를 기다리며 잘 될 것이라 믿는다는 필자의 말처럼, 인간에 대한 긍정과 희망이 모여 이 땅 위에 조용한 혁명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 평화박물관

 

/책의 구성/

사람은 상처입기 쉽고 누군가를 필요로 하며 진실 되게 살아가기를 원한다. 사람-중심 상담의 창시자인 칼 로저스는 진정 한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면 누구이든 그 깊이에는 ‘미움 없음’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누구에게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자라나려는 강한 힘이 깃들여 있으며, 그것을 방해하는 사회적 요인을 직시해야 한다. 혼란을 꿰뚫고 인간을 만나려는 인간의 마음에서 시작되는 사회의 변화를 로저스는 ‘조용한 혁명’이라고 불렀다.

이 책은 사람의 힘을 긍정할 수 있는 근거들을 찾고자 한다. 한편으로는 내 안의 갈등을 보살피며, 또 한편으로 타인이 겪는 고뇌를 헤아리며, 서로가 멀리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세계의 작동을 똑바로 바라보고자 한다. 마음의 눈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므로, 두 눈을 가리고서 세상이 시커멓다 체념하는 일은 괴롭다. 자유로우려면 마음에서 오는 울림을, 마음이 내게 말하는 것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진정한 나 자신을 잃게 하고 다른 사람과의 연결을 왜곡하는 자본주의 속에서,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있는 모습 그대로 성장해 나가려는 인간의 경향을 가로막는 어른의 세계 속에서, 내 안의 진실된 내 모습과 접촉할 수 없는 정서무시환경 속에서, 그리고 인간 왜곡의 결정이라고 할 수 있는 폭력 속에서 살아남고자 분투하는 인간의 모습을 찾는다.

1장. 화려한 가면은 벗어놓고

좋은 학벌에 번듯한 직장, 돈 많고 화려한 인생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꿈꾸는 명예로운 삶이다. 한국 사회에 여러 차례의 경제 위기가 닥쳐오면서 극화된 경제적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은 그만큼이나 우리의 삶을 규격화하고, 단순화 시켰다. 자본주의 한국 사회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건 아니다. 20세기 초반의 프로이트 시대에는 자기 내면의 선함과 악함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 시대에는 왜곡된 자기 사랑으로 가득한 사람들이 많다. 미, 부, 명성처럼 부풀려진 겉모양에 마음이 팔리다 보니 진실한 정체성으로 채워지지 못하는 공허함, 그것이 우리 시대를 반영하는 마음의 고통이다.

2장. 성장할 권리를

위기에 빠진 사회의 역사 속에는 늘 십대가 있었다. 세상을 고민하고 철학을 공부하던 십대들의 공동체가 곧 위기의 순간에 변화를 이끌던 자들이었다. 그러나 경쟁과 경제적 우위를 성취의 기준으로 삼는 인간관 안에서 아이는 아직 이길 수 없는, 즉 어른이 되지 못한 미성숙한 상태로 정의된다. 그러한 관점 안에서  아이는 어른이 되지 못한 불완전한 존재일 뿐이므로 아이가 본연 그대로 성장할 여지는 제약된다. 성장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아이의 존재가 ‘어른의 세계’에 의해 무시되고 있다.

3장. 마음의 목소리 듣기

마음에 방어가 생긴 연유를 이해할 수 있다면, 방어 이면에 놓인 깊은 내면과 만날 기회가 생긴다. 그런데 우리는 두려운 나머지 방어하고자 애쓰고, 그 대가로 수많은 희생을 치르게 되기도 하며, 진실로부터 점점 멀어져 간다. 우리가 가시털을 입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계속 그 옷을 두르고 날카롭게 털을 세우며 나약한 나 자신을 숨길 것인가 혹은 진실로 한걸음 나아가 사람들과 손잡을 것인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이다. 

4장. 폭력의 기억, 침묵당하기를 거부하다

폭력의 피해자들은 공통된 경험은 함께 이야기하면서 울고, 웃을 수 있었기에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증언하였다. 이렇듯 궁극적으로는 공감하는 사회, 또 정의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들이 옆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방관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지혜로운 결론을 내릴 채비를 잘 갖추어 보자. 자기 역량의 테두리를 설정하고, 할 만한 수준에서 조금씩 실천해보는 소중한 경험도 간직한다. 마음의 힘은 그 안에서 솟아오른다. 이건 왠지 옳지 못하다 싶을 때, 무엇이 옳지 못하고 무엇이 옳은 걸까 말을 할 수 있는 사람과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것을 지켜내는 일이 중요하다. 공동의 정서적 경험은 공동체 형성의 기반이 된다. 그 정서 경험이 분노일 때 그것은 의분이고, 의분은 어우러진 삶을 지향하는 공동체의 힘의 원천이 된다. 그 정서 경험이 슬픔일 때 그것은 애도이고, 애도는 우리의 공동체를 감싸 안는 따뜻한 기운이 될 것이다.


/차례/

들어가는 말 / 어둠을 밝히는 무한한 마음의 가능성

1장 화려한 가면은 벗어놓고
-건강한 자기사랑
-성공 신화의 쳇바퀴
-어떤 자살에 대하여
-우리는 무력할 뿐인가
-울타리, 안과 밖
-깨어있는 접촉

2장 성장할 권리를
아이들의 우울을 이해하려면
공부 못하는 아이
심리학에서 보는 우리 교육 현장
이별의 슬픔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
아동성폭력, 안전하지 않은 사회
십대들의 힘으로 변화하는 사회

3장 마음의 목소리 듣기
-어김없이 욱신대는 마음의 흉터
-사랑받지 못하는 고통
-연애와 상처 입은 사랑
-실체가 없는 마음의 체험
-호저 고슴도치의 가시 털, 방어기제
-충분히 슬퍼하기
-감정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4장 폭력의 기억, 침묵당하기를 거부하다
-트라우마
-국가 폭력, 그 비인간성
-전쟁이 우리에게 남긴 것
-우리 집 옆 골목의 가정폭력과 성착취
-폭력과 해리현상
-폭력에 맞서는 힘
-정의로운 행동

 

<저자 소개 - 최현정> 

서울대학교에서 임상·상담심리학을 공부하고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임상심리 수련을 마쳤다. 국가폭력, 성폭력, 조직적 성착취 체계에서 벗어나 삶을 회복하려는 사람들과 함께 일했으며 이와 관련된 글을 쓰거나 연구를 했다.

현재 상담실 안에서는 심리치료를 하고 있고 상담실 밖에서는 공동체 속에서 치유력을 발견해나가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심하고 있다. 파괴적인 환경으로 인한 삶의 고통을 병리화 하는 입장에 반대하며 혼자였던 사람들이 서로 만나 자기 안에 잠재된 힘을 발견하게 될 때, 그리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맑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 때 놀라운 기적들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서로 <트라우마: 가정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고문폭력 생존자 심리치료>, <성격장애 로샤평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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