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즐거운 일기 2008. 8. 18. 16:02

 

관계개선 프로젝트까지는 아닌데, 어쩌다 보니 아빠와 자주 만나게 된다. 서로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언제나 3,500원 대의 메뉴가 있는 식당에만 가는 아빠. 아빠에게 있어서 맛있는 식사란 값이 싼 메뉴이다. 아직 벌이가 있는데도 왜 그렇게 자린고비 행세를 하시는지.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지독하게 가난했던 두 분의 젊은 시절이 연상되어 마음이 좋지 않다.

 

어쨌든 이번에도 점심메뉴를 고르는데, 마땅한 게 없어 냉면을 시켰다. 전 같으면 갈비탕을 시켰을 텐데 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이제 쇠고기는 못 먹겠어요. 불안해서.

불안하지 않아도, 먹어주지 말아야지. 지 마음대로 못하게.

 

내가 중학교 시절부터 정치적 견해가 일치한 적이 없는 아빠의 입에서 나온 말에, 잠시 멈칫하고 눈을 크게 떴다. 약간 떨리는 시간을 갖고, 현 정권에 대해 몇 마디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즐거운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쇠소깍  (2) 2008.09.09
제주섬에서의 6일  (12) 2008.09.04
오,  (2) 2008.08.18
trackback  (2) 2008.08.18
아름답구나  (6) 2008.08.16
맥주  (2) 2008.08.14
tags :
Trackbacks 0 : Comments 2
  1. Favicon of http://www.cyworld.com/true_102 BlogIcon 폴라 2008.08.20 01:31 Modify/Delete Reply

    은아가 부르는 이름이예요, 폴라^^
    저는 은아를 119라고 부르죠 ㅋ

    아아..그런데 냉면 육수도 쇠고기로 우려낸다는 슬픈 이야기.ㅠ.ㅠ

    제 아빠가 살아계셨으면 어떠셨을까 매우 궁금해지는..간만에 아빠를 몹시 그립게 하는 멋진 이야기!!*^^*

  2. cognate 2008.08.20 15:31 Modify/Delete Reply

    폴라, 이름 좋아요. 경쾌하고. 은아님은 이유는 모르겠으나 119라는 애칭이 어울리네요. ^^

    미국산 쇠고기만 아니라 국산/중국산 항생제 덩어리들이 더욱 무서운 이유는, 제가 그걸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촘촘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먹는 것에 있어서 거의 방어력 없이 살아왔는데, 갑자기 신경을 쓴다는 게 너무 어려운 과제처럼 느껴지는 거 있죠.

Writ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