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일기'에 해당되는 글 39건

  1. 2011.02.25 2월, 남인도의 사람들.. 사람들
  2. 2011.01.27 남인도의 1월 (2)
  3. 2010.12.25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맞이한 크리스마스 (4)
  4. 2010.12.19 인도에서 이렇게 지내고 있어요~ (4)
  5. 2010.06.15 나무의 정령
  6. 2010.04.08 앤디 워홀의 최후의 만찬 (8)
  7. 2010.01.22 눈사람 (4)
  8. 2010.01.13 네가 가진 것들 중에서 (4)
  9. 2009.09.20 받은 복을 세어보아라 (2)
  10. 2009.06.30 웃음과 울음 (2)
  11. 2009.05.25 ▶◀ 그는 왜 우리의 대통령이었을까 (2)
  12. 2009.03.10 진달래꽃
  13. 2009.02.16 "민주주의의 정의에 대한 하나의 의문"
  14. 2009.01.20 참극 (2)
  15. 2009.01.19 당당하게 비싼 (2)
  16. 2008.12.31 12월 31일 (2)
  17. 2008.12.08 겨울, 눈 (4)
  18. 2008.11.24 호박이 넝쿨째
  19. 2008.11.11 뜨겁고 강직하며 애달픈 불을 품었던 시인 (2)
  20. 2008.09.26 찬바람이 불면
  21. 2008.09.17 참외
  22. 2008.09.14 오!설록의 과수원집 (2)
  23. 2008.09.14 곽지해수욕장
  24. 2008.09.09 횟칼이라니, (3)
  25. 2008.09.09 쇠소깍 (2)
  26. 2008.09.04 제주섬에서의 6일 (12)
  27. 2008.08.18 오, (2)
  28. 2008.08.18 trackback (2)
  29. 2008.08.16 아름답구나 (6)
  30. 2008.08.14 맥주 (2)

2월, 남인도의 사람들.. 사람들

즐거운 일기 2011. 2. 25. 10:00


인도 남부 폰디체리에서 올리는 마지막 포스팅이 되겠네요. 2월이 되자 날이 많이 더워지고, 연말 연시 너무 많이 돌아다닌 탓에 살도 많이 빠지고 체력 관리가 필요해졌죠. 슬슬 휴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갈 준비를 하며 숙소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렸는데, 어느덧 나의 긴장감은 완전히 풀려 외국에 와 있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편안하고 차분해지자 이곳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더 잘 들어오더군요.

인도사람들은 집안에 기쁜 일이 생기면 음식을 광주리에 예쁘게 담아 들고서 악사들을 앞장 세워 동네 한 바퀴를 합니다. 부는 악기와 두드리는 악기 하나씩만 있어도 그 소리가 얼마나 흥이 나는지 동네를 다 흔들어댄답니다~


사라스와띠 신에게 바치는 제사

2월 8일, 일단의 사람들이 사라스와띠 신에게 제사를 드리는 의식을 볼 수 있었습니다. 행사 장소가 바로 내가 묵는 게스트하우스 1층이었기 때문이죠. 항상 악기를 옆에 끼고 있는 사라스와띠는 음악과 예술, 문학 그리고 교육을 주관하는 신으로, 인도의 문자를 발명했다고 하지요. 인도에서 널리 사랑 받고 있는 여신입니다.

오전엔 몇 명이 모여 준비를 하며 간단히 제례를 지내고, 오후가 되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숙소가 와글와글 해졌습니다. 넓지 않은 공간에 100여명이 다녀간 것 같아요. 사람들은 각자 사라스와띠 신에게 인사를 드리고 나서 자리에 앉고, 간단히 과일 등의 음식을 나누어먹으며, 즐겁게 (그리고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누더군요. 특히 이날 참석한 많은 여성들의 미소 속에서 사라스와띠 신에 대한 애정을 읽을 수 있었답니다.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우리 추석 생각도 났지만, 우리완 달리 여성들이 편안히 즐기는 자리인 듯해서 보기 좋았어요. 울 언니 생각도 나고 말이죠. ㅎㅎ 아이들은 엄마가 다른 어른들이랑 이야기하는데 정신이 팔려있자 “엄마, 엄마~” 하고 끊임없이 소리지르며 자기만 바라보라고 난리더군요. 우리랑 똑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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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신들의 축제 Masimaham 거리행렬

정원대보름 경에 온 도시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해변에는 앵무새 점을 보는 사람들이 등장했고, 힌두사원을 중심으로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다양한 신들의 캐릭터 인형과 자기 등을 펼쳐놓고 노점을 열었습니다. 사원들마다 사람들의 발길이 더 많아지고, 큰 수레와 음향 시설 등이 등장해 행사 준비가 한창이었죠.

그런가 하면 내가 묵는 게스트하우스에는 도미토리 숙박을 하는 인도인들로 가득 찼고(2월 중순께부터 서양인들은 하나 둘 떠나더군요), 심지어 거리 사이사이에 큰 천막을 둘러치고 함께 노숙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인도인들이 곳곳에서 이곳 폰디체리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었죠.

이곳에선 밤마다 폭죽이 터지지만, 그날은 귀가 찢어질 것 같은 폭죽소리가 새벽 공기를 갈랐습니다. 마시마함(Masimaham)! 타밀나두 지역의 종교의식, ‘인도의 신들의 축제’가 시작된 것입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풍악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해, 소가 이끄는 행렬을 따라갔어요. (인도의 소들은 편한 팔자인데, 이날만큼은 고생을 좀 하더군요.) 외지인들의 발길이 잘 미치지 않는 구역을 죽 지나 실로 엄청난 장면이 나왔습니다.

신들의 축제, 끊임없이 이어지는 신상을 모신 마차 행렬과 바다에 몸을 던지는 사람들.

바닷물에 몸을 던지는 수많은 인파, 다양한 신들의 형상을 한 마차들의 행렬, 신을 모시며 사람들에게 쌀가루와 코코넛 등을 나누어 주는 건장한 체격의 ‘진지’들, 신에게 간절하게 기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몸에 성수를 뿌리고 꽃잎을 날리며 축복하는 이들…. 청년들은 신이 나서 소리를 질러대고, 아이들은 물에서 나올 줄을 모릅니다. 준비기간만 해도 꽤 걸렸을 법한 이 성대하고 화려한 축제에선 소외된 이가 없는 듯했습니다.

힌두교인들은 세례의 의미로 신들의 축제기간에 바닷물에 몸을 담그나 봅니다. 도시의 온갖 오염물질이 농축된 썩은 천이 그대로 바다에 유입되는 것을 못 봤더라면 나도 들어갔겠지만, 도저히 엄두가 안 나더군요. ㅠㅠ 사실 어린이와 노인, 환자들의 건강이 심히 걱정되었습니다. 아마 그들은 믿음의 힘으로 극복하겠지요? :)

해변축제에 참여하려면 몸조심하라는 숙소 주인의 당부가 있었는데요. 좁은 동네에서 거대한 행사가 열리는 지라, 나처럼 덤벙거리는 사람은 언덕배기에서 굴러 떨어질 수도 있겠더군요; 차량을 통제하고 비상사태를 대비해 경찰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더라고요. 그들도 싱글벙글 연신 즐거운 표정이었습니다.


신들의 축제가 벌어지는 일주일간, 밤에는 거리거리에서 풍물과 오케스트라를 대동해 동네를 떠들썩하게 했죠. 사람들이 아침에 바닷물 세례를 받아서인지, 꼭 새해를 다시 맞이하는 기분이 들더군요? 타밀나두의 신년축제인 퐁갈도 지났는데 말입니다. 오른쪽 사진은 “이렇게 좋은 날 우리 사진 좀 찍어줘~” 하며 긴장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선 가족입니다.ㅋㅋ

이 기간, 힌두사원들에선 특별한 의례가 열리고, 사람들은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신에게 바칠 꽃과 과일, 그리고 집에 모셔놓을 신상을 구입하는데 아낌이 없는 듯했습니다. 인간의 형상이나 도깨비(?) 상을 한 신들 외에도 앵무새와 새앙쥐, 각종 과일문양 등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색색의 아름다운 자기들이 이 기간 거리를 화려하게 수놓았죠.

신들의 축제는 내가 지금껏 살면서 보아온 여느 행사들과는 달리, 그 규모가 거대한 데 비해 전체적인 인솔이나 특별한 식순 없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모두가 각자의 의미를 찾아가는 시간이어서 무척 인상이 깊었습니다. 과연 ‘축제의 나라’다운 풍경이었죠.

남인도 서민들의 가옥, 집밖에 나와서 음식 만드는 사람, 종교축일을 맞아 깃털 파는 사람

인도의 다수를 차지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신들의 축제’ 기간만큼은 이방인 위치에서도 무리 없이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돌아갈 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 비로소 인도인들에 대한 애정이 싹트기 시작했다고 할까요? 워낙 기쁜 날들이다 보니, 낯선 인간존재들에게도 경계를 풀고 여유를 보여주었습니다. ^^ 더운 지역이라, 요리를 집안에서 하지 않고 저렇게 집밖에서 불을 피웁니다. 식사도 밖에서 하죠. 낮잠도 밖에서 자고. ㅎㅎ

인도는 종교를 빼고 이야기할 수가 없는 나라죠. 종교행사와 여러 신들에 얽힌 축제도 많지만, 무엇보다 대부분 사람들이 종교적인 일상을 살아갑니다. 인도에는 참 신이 많고 또 많죠. 이것저것 믿는다는 게.. 유일신 사상이나 무신론에 익숙한 우리로선 동화 속 이야기를 믿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신의 캐릭터는 아마 상징일 테고.. 매일 정갈하게 향을 피우고 꽃을 바치며 신에게 기도를 올리고 금주, 채식하는 문화가 일상화되어 있다는 점을 보면 얘기가 좀 달라집니다.

바가바드 기타나 우파니샤드에 담긴 힌두철학도 상당히 깊은 듯한데.. 카스트만 좀 해제되면 좋겠네요. 어마어마한 빈부격차 실로 무섭습니다;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낮은 계급과는 혼인은 물론이고 자리도 같이 하지 않는 ‘인간의 분리’이고요.. 경제성장이 한창인 인도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여전히 절대빈곤층입니다. 인도의 모든 신들이여, 이들에게 축복을!

약혼한 여성을 축하하는 의식

2월 16일 아침산책을 마치고 들어가는데, 게스트하우스 문 앞에 싱그러운 잎사귀들이 달려 있고, 바닥엔 “Welcome”과 함께 기분 좋은 문양들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뭔가 즐거운 행사가 있을 거라는 얘기죠. ^^ 1층에서 큰 음악소리와 함께 약혼한 여성을 축복하는 의식이 준비되고 있더라고요. 신부가 될 여성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 의례였습니다.

왕이 앉을법한 의자에 앉아 있던 여성이 행사의 주인공이었는데요. 약혼자는 어디 있냐고 물었더니, 오늘의 주인공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며칠 후에 따로 행사를 한다고 합니다. 다들 멋있게 차려 입고 왔는데, 막 샤워를 끝낸 후 아무 거나 걸치고 있는 내 행색이 좀 예의가 아닌 듯하여, 올라가서 내가 가진 가장 그럴듯한(?) 옷인 초록색 셔츠를 입고 다시 내려와 지켜보았습니다.

행사가 시작되자, 주인공은 많은 일가친척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의자에서 내려와 중앙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옆에 앉은 어른의 안내를 받으며 불을 피우고, 잎사귀를 던지는 등 여러 가지 의식을 했어요. 그러는 동안 곱게 차려 입은 아이들은 주인공 뒤에 나란히 서서 마냥 즐거워합니다. 의식이 끝나고 바나나잎사귀에 음식을 나누어 먹는데, 글쎄 된장국 비슷한 냄새가 나지 뭡니까! 방문을 활짝 열어두고 한 시간이나 향을 음미했어요;

인도에선 지금도 양가 부모가 자식들의 혼사를 알아서 결정합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혼인하는 경우도 있나 봐요. 아버지들은 자기에게 사위를 고를 권한이 있음을 상당히 자랑스러워하더군요. ㅠㅠ 거리거리마다 사랑을 속삭이는 젊은 연인들도 꽤 보이던데, 그리고 내 눈엔 게이커플로 보이는 사람들도. :) 이들의 미래도 모두 행복해야 할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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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극을 떠오릴게 하는 소박하면서도 화려한(?) 천막공연


요즘 해변에서는 천막공연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몇 일 전부터 바닷가에 천막이 등장하길래 뭘 하려고 하는지 궁금했는데, 타밀어로만 안내되어 있어서 무슨 집회가 열리나 보다 했어요. 무대에서 “음악”이 연주되냐고 물었더니, 어떤 분이 “댄스”라고 답해주었는데, 조그마한 무대의 분위기상 누가 나와 춤을 출 것 같진 않더라고요? 알고 보니 순회공연을 다니는 극단이 폰디체리를 방문한 것이었습니다.

화려한 의상과 분장을 한 왕, 왕비, 왕자들, 그리고 물론 신들!이 등장하는 연극은 옛날 우리 국극을 연상케 했습니다. 캐릭터나, 내용이나 정말 인도다운 무대였죠. 배우들은 안 그래도 커다란 눈을 더 크게 부라리며 연기를 하더라고요. ^^ 마이크만 앞에 놓고 바람이 쌩쌩 부는 야외 해변 무대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이, 상당한 카리스마를 필요로 하는 일이긴 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서 본 모든 페스티벌, 공연이 무료였네요. 뮤직 페스티벌은 백화점에서 후원을 했고, 요가 페스티벌은 정부가 주관한 거고, 종교 축일은 아마도 힌두사원들이 신도들의 봉헌에서 지출을 하는 것이겠죠? 근데 천막공연은 어디서 초청을 한 것인지 모르겠더군요. 이곳도 뮤지션들이나 배우들이나 먹고 사는 일이 바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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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뱅갈만의 어부들

폰디체리에서 일상적이면서도 인상적인 풍경을 꼽으라 한다면, 아마 아침을 여는 사람들 모습이 될 것 같아요. 새벽 5시부터 건물 앞을 청소하는 여성들이 그 1순위죠. 이상하게 빗자루 쓰는 소리만 들으면 잠이 벌떡 깨더라고요. 반가운 소리라서 그런지.. 창문을 열어놓기 딱 좋은 시간입니다. 그 소리를 들으며 일어나 세안하고 아침산책을 나서면, 바닥그림을 그리는 부지런한 여성들과 눈인사를 나눌 수 있습니다. ^^ 기분 좋은 하루가 시작되는 거죠.

해뜨기 전, 그 시각 거리에선 큰 통에 우유를 싣고 팔러 다니는 사람들도 볼 수 있습니다. 또 거리식당들마다 차이와 간단한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활동을 곧 개시하죠. 바닷가에선 조깅을 하거나, 일출을 보며 기도 드리는 사람들이 항상 있고요. 그리고 바로 이 사진 속 사람들! 어부들은 뗏목 배에 벌써 어망을 싣고 해변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밤새 고기를 잡은 모양이에요.

어떤 날은 낮에 손 낚시 하는 어부들을 보기도 했습니다. 갑자기 바다 가운데서 등장한 남자의 머리를 보고 너무 놀랐죠; 가슴이 철렁했지만, 헤엄치는 걸 보아하니 바다수영 많이 해본 사람 같더군요. 체격도 엄청 좋고 말이지요. 개인적인 종교의식인가보다 했는데, 알고 보니 줄 낚시하는 거였습니다. 해변에 도착하자, 곧 여러 사람들이 함께 조심조심 줄에 걸린 물고기들을 끌어내더라고요. 이렇게 잡힌 고기는 즉석에서 흥정을 해 팔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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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두 여성

매일 보아도 항상 흥미로웠던 장면들은, 오후 해변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도 빼놓을 수 없죠. 사진 속 두 여성은 연신 웃음을 지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아마도 할머니가 손녀에게 지혜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나 봅니다. ^^ 벤치에 앉은 젊은 남녀가 다정한 포즈를 취하면, 어김없이 예의주시하며 노려보는 어른들 표정도 참 재미있었습니다. 우리 20-30년 전 같지요.

바위 위에 함께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노부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친구와 재잘거리는 십대들, 어른들 품에 안겨 눈을 크게 뜨고 넓은 세상을 구경하는 아기들, 바닷바람 맞으며 서로를 사랑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연인들.. 매번 귀찮게 했던 잡다한 것들을 파는 사람들까지도 모두 그리워질 것 같네요.

햇볕이 강하지 않은, 흐린 날씨에는 낮에 해변까지 아이를 데리고 와서 점심을 챙겨주는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특히 아버지들이 많이 눈에 띄더군요. 아버지가 밥통을 들고 애들 다니는 학교에 가서 아이를 데리고 나와 밥을 떠먹여주는 풍경은, 한국에선 본 적이 없는 장면이라 신기하기까지 했죠. 돈벌이라는 게 뭔지, 사회의 시스템이라는 게 뭔지,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지 생각해보게 만들었답니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이들은 역시, 아이들이었어요. ㅋㅋ 어느 토요일 오후, Notre Dame des Anges 성당 문이 열려있길래 들어갔더니, 어린 소년들이 그야말로 꾀꼬리 소리를 내며 합창을 하고 있었어요. 뮤직 페스티벌에서 들었던 어떤 음악보다 더 아름답게 들렸답니다. 색색의 셀로판지를 붙인 성당 창문에서 밝은 햇살이 들어오는 광경과 함께, 소년들의 목소리가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사진은 사라스와띠 신에게 드리는 제사 날 숙소를 찾은 아이들인데요. 다섯 아이들 각자의 살아있는 표정을 좀 보세요~ 인도아이들은 많이 뛰어 노는 것 같아 참으로 다행스러웠습니다. 이곳 부모들도 아이들을 애지중지하며 키웁니다. 인도 아기들은 정말 몸이 작아요! ‘어떻게 걸을 수 있을까’ 싶게 작은 몸이 아장아장 걸어와 내게 손을 내밀면, 황송한 마음으로 살짝 잡고 인사하지요. 네다섯 명의 아기들에게 간택을 받았답니다!

숙소 1층에서 도미토리 숙박을 했던 네 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는, 내게 관심을 보이더니만 글쎄 해변에서 나를 찾아내고 달려왔지 뭡니까? 그러더니 그날 밤, 내가 방문을 열어놓고 있을 때 2층에 올라와 내 방에 쏙 들어와버렸습니다! 아버지가 찾으러 오지 않았으면 나가지 않았을 듯해요. 말은 한 마디도 안 통했지만 특별한 애정을 주고받은 관계이지요~

자, 이 정도면 내가 본 남인도의 풍경, 사람들의 ‘느낌’이 전달되었을까요? 이제 이틀 후면 한국을 향하는 여정에 오릅니다. 돌아가면 다시 인도는 멀리 있겠죠. 지금으로선 믿기지가 않네요. “안녕”은 조금 나중에 고할 랍니다. :) 그리운 서울! 어느새 그리워진 사람들에게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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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도의 1월

즐거운 일기 2011. 1. 27. 15:04


폰디체리(Pondicherry)에선 2011년 한 해도 예쁜 바닥그림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아름답지요, 아침 일찍 집 앞에 나와 문양을 그리는 여성의 모습이요. 축복을 기원하는 이 그림들은 대부분 여성들의 작품인데, 꽤 정성을 들여 완성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자부심도 분명 클 거예요. 분필 같은 것으로 그리는 게 아니라, 색색의 가루를 뿌리는 거랍니다.

정초에 숙소의 한 백인남자가 부다(Buddha)와 관음상들이 그려진 손바닥 크기의 새해 달력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옆방에 머물던 20대 백인여자가 이곳에서 사서 입었던 풍선바지를 내게 주고 갔습니다. 영어가 좀 된다면 점심 같이하며 수다 떨면 재미있으련만; 저는 답례로 잘 익은 망고를 주었습니다.

한국음식이 그리울 때면 고추, 양파, 당근 같은 야채를 사서 먹어요. 이제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되려 하니, (어떤 프랑스인이 나보고 여기 언제까지 있냐고 묻더니 “3월엔 끓는다 끓어” 하더군요.) 요즘은 인도사람들처럼 나도 아침저녁 파파야를 먹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습니다. 큼큼한 냄새가 나지만 맛있더군요. 낮엔 구걸하는 사람들에게 돈 대신 과일을 주기도 했습니다. 과일 먹으면 기운이 나잖아요.

1월 4일부터 3박 4일 간 해변에 있는 간디 동상 앞에서 “국제 요가페스티벌”이 정부 행사로 열렸습니다. 폰디체리에 한 달 이상 머문다고 하면 인도사람들은 “누구에게 (요가) 배우냐”고 스승의 이름을 묻더군요. 그런 곳인 만큼 요가축제가 많이 기대 되었는데, 거의 학생들 무대였습니다. 마술 쇼에 가까운 요가지도자의 홍보 시범도 있었지만요. Rhythmic Yoga를 선보이는 귀여운 연체동물들을 좀 보세요~

상상도 못했던 일은, 한국 참가 팀(세 번째 사진)이 있었다는 겁니다! 요가학과 학생들이 드라마 “명성황후” 배경음악과 내용을 가지고 무대에 올렸는데, 처음 참가하는 거라고 하네요. 이로써 “국제” 요가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이 의미를 갖게 된 듯합니다. ㅎㅎ

마지막 사진은 댄스 드라마 “Muruga! Muruga!”의 한 장면이에요. 코끼리 신이 등장하는 인도 신화를 배경으로 즐겁게 구성되었죠. 맨 앞 학생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지요? 사람들 혼을 쏙 빼놓는 춤, 눈을 뗄 수가 없더군요. 학생들의 집중력도 훌륭했지만, 긴 시간을 내리 옆에서 장단 맞추며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르는 연주자들이 보통 경지가 아니었습니다.

3일째 되는 날 첸나이(Chennai)의 전통북춤을 추는 그룹이 멋진 무대를 선사했는데, 우리 북춤이나 사물놀이와 거의 흡사해서 놀랐습니다. 신이 났지요. 잠시도 멈추지 않고 몇 시간을 뛰는데다 어두워서 사진을 한 장도 못 건진 건 아쉽네요; 멤버 중에 구성진 노래도 뽑아내는 여자분이 있었어요. 그녀의 맑은 목소리를 들으며 고마운 시간을 마감하였습니다.

1월 14일부터 닷새 동안 이곳 타밀나두의 새해맞이 축제인 퐁갈(Pongal) 기간이었습니다. 친인척들 집에서 식사를 함께 하고, 이웃과 인사 나누고, 하늘을 향해 사탕수수 줄기들을 흔들어댄다고 하네요.^^ 사람들의 표정에서, 매우 즐거운 휴일임이 느껴졌습니다. 거리 그림들이 화려해지는 걸 보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고 말이지요. “Happy Pongal!”

모범적인(?) 손님인 관계로 게스트하우스 주인한테 큰 사탕수수 줄기를 선물 받았어요. 맛이 시원하면서 향기로웠습니다. 비록 껍질 벗기다 손을 베긴 하였지만 말입니다; (더운 피가 퐁퐁 솟자, 냄새를 맡고 정신 못 차리고 달려드는 모기! 헉, 나처럼 모기를 무서워하는 사람에겐 마치 죠스 같았다는 ㅠㅠ) 엄지 손가락에 밴드 붙이고 먹는 퐁갈은 맛이 절반 이상 감소했지만, 그래도 방 한구석에 자리잡고 지금까지도 든든한 양식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어제는 인도공화국 창건일(Republic Day)이었습니다. 정부 건물들은 꽃단장을 하고서 이날 문을 개방했습니다.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다 밖으로 나온 듯했어요 해변의 간디 동상도 화려해졌지요. 인도인들의 마음 속에 상징으로 자리잡은 간디. 그렇죠, 인도는 카스트제도라는 악명 높은 신분제를 고수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지만, 무력행동 없이 스스로 독립을 이뤄낸 나라이기도 합니다.

Republic Day를 기념하여, 간디 동상 앞에선 8회 폰디체리 뮤직 페스티벌 “Freedom” JAM이 열렸습니다. ^^ 퓨전 그룹의 음악도 훌륭했고, 전통 구음을 하는 가수와 Rock밴드가 함께 한 무대는 예술적이고 자유로운 느낌을 주었지요. 뮤지션들이 서로 존중하며 연주하는 태도를 보는 건 관중들에게 꽤 즐거운 일입니다. 조용히 지켜보는 사람들을 보니, 이제야 인도가 같은 아시아국가라는 느낌이 드네요. 뮤직 페스티벌은 주말에도 계속되는데, 포스터에 보면 시간은 “sunset”이라고 적혀있답니다.

일상 얘기를 하자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아마도 스리 오로빈도 아쉬람(명상센터)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일 겁니다. 새소리가 들리고 다람쥐들이 장난치며 돌아다니는, 하늘이 열려 있고 눈앞에 야자수가 뻗어있는, 정성 들여 가꾼 이 곳에 들어올 때면 정갈한 마음으로 신발을 벗습니다. 2층 테라스에서 작은 건물과 건물 사이로 바다가 보이는 테이블에 앉아 ‘어찌 이런 곳이…’ 하는 마음으로 몇 분간 멍 하니 있죠.

처음 간 날 고서적 냄새를 황홀하게 맡으며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 대로 고른 책은, 누가 페미니스트 아니랄까 봐 “An Extraordinary Girl”이라는 제목의 아쉬람 관련 인물의 자서전이었습니다. 옥스포드 사전을 옆에 끼고서, 일기처럼 쉽게 쓰여진 얇은 책을 읽어나가지만 떠나는 날까지 다 읽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짤막한 한 장(Chapter)을 한 번 읽고 두 번 읽으면 내용이 그새 바뀌어있어서 말이죠. ㅠㅠ

이곳에서 글의 아이디어도 얻고, 일과 관련된 구상을 해보기도 합니다.

날이 좋으면 아침 다섯 시 반쯤부터 바다에서 일출을 볼 수 있습니다. 산책 나온 사람들 틈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기도를 올리거나 명상을 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고요.

한 번은 어떤 유럽 배낭여행자가 나에게 이곳에서 가볼 곳이 어디냐고 묻더군요. 사진기를 들고 바삐 움직이는 그에게 마땅히 추천해줄 장소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내가 “여긴 아쉬람의 도시야” 라고 말하자, 그는 “맞아, 여긴 볼 게 하나도 없어. 마말라뿌람은 정말 좋았는데” 하며 괜히 왔다는 듯 투덜거렸습니다. 인도 전역을 돌아다니는 그의 입장에선 당연한 얘기였죠. 여긴 아무리 봐도 관광하러 올 곳이 못 되요. 그러나 이곳에 눌러앉아있는 나의 입장은 달랐으니, ‘바다가 지금 눈앞에 있잖아’ 라고 속으로 말했습니다.

보름을 전후로는 닷새간, 꽉 찬 달이 바다에서 떠오르는 걸 설레는 마음으로 바라보았어요. 잔잔한 물결이 달빛을 받아 아름답게 출렁였지요. 저녁마다 해변을 걸으며 한낮의 무더위를 식히고, 내가 가지고 있던 많은 것들을 단순하게 만들어 덜어내버립니다.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게 현명한 일이라는 건 맞는 말 같아요. 예전엔 영혼이 속삭이듯 메시지를 주는 듯했던 별들이, 지금은 가볍게 한 손으로 똑 딸 수 있는 ‘별 사탕’처럼 보여요. :)

아, 진정 1월도 지나고 있는 건가요? 가는 시간을 아쉬워할 필요도, 오는 시간을 반가워할 필요도 없으련만 시간이란 걸 떠올리면 마음이 흔들리는 건 왤까. 한파가 몰아 닥친 정신 없는 서울에 지금 놓여 있다면 그래도 나는(혹은 내 몸은) 괜찮을까? 하고 물으며, 아직은 자신 없지만 한 달 후엔 “괜찮고 말고” 라고 답하게 되리라 기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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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예서맘 2011.02.01 17:05 Modify/Delete Reply

    친구야....넘 먼 곳에 있네...^^
    새해 인사하려 들렸다가 좋은 글 읽으면서 잠시 여유 가져본다.....새해엔 밥 한번 먹자~~

  2. Favicon of http://www.ildaro.com BlogIcon 여울 2011.02.03 14:17 Modify/Delete Reply

    그래, 얼굴 본 지 너무 오래되었지?
    그러고 보니 문자만 나누면서 몇해를 보낸 것 같은 걸? ㅠㅠ
    봄바람이 불 때 만나~ 선물도 챙겨갈게. 작은 걸루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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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맞이한 크리스마스

즐거운 일기 2010. 12. 25.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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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바로 크리스마스라는 걸 어제 저녁에 한국에서 온 메시지를 받고서야 알았네요. 여긴 더운 힌두 나라여서 말이죠. (찾아보면 부근에 교회도 있고 모스크도 있지만) 숙소의 어떤 소란스러운 아저씨가 크리스마스 디너를 자기와 함께하지 않겠냐고 했을 때에도 미처 몰랐다니, 헐..

집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축복해주는 의미의 문양들


아침 산책을 나가보니 몇몇 건물 앞에는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더군요. 아마도 아이들이 그렸음직합니다. 제가 묵는 숙소를 비롯해 집집마다 매일 아침 문 앞에 축복의 의미를 담은 문양을 그려놓습니다. 만다라 같은 문양을 비롯해 코끼리 그림, 꽃무늬 등. 다양하죠.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시작하는 하루, 좋은 것 같죠?

크리스마스는 이곳도 휴일이라 도서관도 문을 닫고, 공원엔 사람들과 아이들 웃음소리로 가득했습니다. 어떤 소년이 굳이 내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싶다 길래 들려줬더니, 엄마를 찍고 그 다음 나를 찍더군요. 그리하여 드디어 내 모양을 담게 되었습니다. (왼쪽 눈은 억센 모기에 물려 다래끼 난 것처럼 되었는데 잘 안 보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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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사람들이 무뚝뚝하다고 한 말은 아무래도 취소해야겠습니다. 그 이후로는 마치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줄 아는 듯이, 가는 곳마다 사람들(대부분 여성들)이 인사를 건네왔거든요. (특히 저 우스꽝스러운 밀짚모자를 쓰고 다닐 때는 어김없이!)

어떤 아주머니는 “평화롭지요?” 하며 다정하게 다가와 자기 어머니 얘기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오늘은 십대 여자아이 셋이 말을 붙여오더니 곧 “친구”하자고 합니다. 폰 번호와 메일 주소를 교환하고, 잊지 말아달라며 작별의 인사를 나눴습니다.

맑고 청명한 하늘, 나무 그늘 아래 앉아 밝은 햇살 사이로 눈처럼 나리는 작은 나뭇잎들을 맞으며 보낸 크리스마스 오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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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돌아와선 어젯밤에 그랬듯이 아이팟에 담은 오래된 캐롤을 들으며, 오래된 나무 냄새가 나는 향을 피우며 고전적인 휴일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이곳은 세 시간 정도 늦) 그러고 보니 이제 연말이구나. 한 해를 보내느라 마음이 분주한 시기인데, 여기선 살을 에는 듯한 서울의 추위가 없으니 영 실감이 안 나는 걸요? 따뜻한 연말 되세요~

Trackbacks 1 : Comments 4
  1. 쟈니 2010.12.27 20:28 Modify/Delete Reply

    고전적인 휴일이라~ 마지막 사진의 천 색깔이 무척 예쁘네. 바닥에 그려진 그림들 사진도 예쁘고.. 물에 지워지는게 아까운 맘이 드는구나.
    너도 따뜻한 연말 잘 보내고~ 서울은 날씨도, 분위기도 쌀쌀하다~

  2. 여울 2010.12.28 20:31 Modify/Delete Reply

    그래, 쌀쌀한 한국 소식은 '지나치듯' 보려고 노력 중이야...
    건강하게 겨울 나길. ^^

  3. 수연 2010.12.29 10:58 Modify/Delete Reply

    아이들 그림솜씨가 예사롭지 않네요~~ 코끼리를 보니까 인도란 느낌이 확오네요..
    따뜻한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받은겁니당....ㅋㅋ

  4. 여울 2010.12.29 21:19 Modify/Delete Reply

    맞아요.. 지금 몸 상태론, 한국의 추위를 견딜 수가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정말 코끼리는 어딜 가나 있어요. 실물도 봤구 ㅎㅎ
    수연님 건강하세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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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이렇게 지내고 있어요~

즐거운 일기 2010. 12. 19.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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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에서 내다본 풍경


혼자 인도에 가서 어쩌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지인들을 위해 간략한 보고를 올립니다. 부실한 이 몸의 안전을 걱정하실 부모님과 친구들을 안심시키려는 목적을 가진 포스팅이죠. (근데 지금은 한국이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하지 않은 것 같군요 ㅠㅠ).

제가 지금 머물고 있는 곳은 남인도 폰디체리(Pondicherry)라는 도시입니다. 안식년까지는 아니어도 몇 달간의 휴가를 받아 혼자 떠나왔어요. 왜 그곳이냐고 묻는다면, 스리 오로빈도 아쉬람을 방문해 명상을 하겠다거나 세계적인 공동체마을 오로빌에 가기 위해서라고 답할 수도 있겠지만(실제로 그렇게 말하고 왔지만), 지도에서 그냥 찍었다고 하는 편이 사실에 더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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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머물게 될 게스트하우스입니다. 이 시기에 폰디체리는 비싼 호텔을 제외하곤 빈 방을 구하기 어렵다고 하지요. 역시나 아쉬람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는 말도 못 붙이게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꼭 묵고 싶었던 숙소에서 제게 방을 내어주었습니다. 창이 나 있고 책상이 있어 책 읽고 글쓰기 좋은 방이죠. “마음에 쏙 드는 방”을 얻었습니다. (‘마음에 쏙 든다’는 표현은 최근에 조카에게 시계를 선물했을 때, 그 애가 보여준 반응이었죠. “마음에 쏙 들어요, 이모.” 이 말이 제 마음에 쏙 들어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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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 풍경


물론, 인도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는 아니지요. 창 밖에선 하루 종일 시끄러운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옵니다. 제가 묵는 방은 화장실과 욕실이 공용이어서 불편한 감도 있는데요. 이전에 여기 묵었던 분의 말로는 “그래도 여긴 벌레가 안 나와요.” (처음 묵었던 숙소에서 나를 맞아준 것은 연두 빛 감도는 도마뱀이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도마뱀을 예뻐하기 때문에 행운의 신호로 받아들였지만요.) 어찌됐든 인도에서 지낼 때는 평소 청결개념 없는 것이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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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주요 교통수단은 오토바이와 자전거, 그리고 어이없는 값을 부르는 걸로 악명 높은 릭샤입니다. 한국에서 한 번밖에 타보지 못한 자전거를 혹시나 연습해서 탈 수 있으려나 기대하고 왔는데, 빵빵거리는 소리로 정신이 하나도 없는 거리에서 균형 잡고 걷기도 벅찹니다. ㅠㅠ 이 와중에 땅바닥에 드러누워 자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그 경지가 놀랍습니다.

그래도 아쉬람 본부와 정부광장이 있는 시가지는 깔끔하게 구획되어 있고 안전한 편입니다. 프랑스 지배를 받았던 역사가 오래되어서 프랑스식 건물도 여기저기 볼 수 있죠. 그러나 북쪽으로 몇 블록 더 들어가면 장면이 확 바뀌는데, 다닥다닥 붙은 인도식 가옥에 발에 밟히는 오물들, 동양여자 처음 보는 듯한 표정 등에서 빈부와 문화의 격차를 실감합니다. (아마 카스트 계급의 차이기도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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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도는 음식이 맛있는 걸로도 사람들을 충분히 매혹시키죠. 신선한 과일도 많고요. 저는 주로 인도식당에서 식사하는데 아무 거나 주문해도 대충 입맛에 맞습니다. 안타까운 건 서민식당에선 차나 오렌지주스 같은 음료를 팔지 않는다는 것. 아쉬운 대로 홍차 티 백을 구입해 찬물에 그냥 풀어서 마시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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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은 주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나 차이나 레스토랑 같은 고급식당에서 식사를 합니다. 가끔은 생선요리에 와인을 곁들이며 기분을 내도 좋을 수 있겠지만, 아마 저는 떠나는 날까지 인도음식을 고집하게 될 거예요. 그건 구두쇠처럼 아껴야 하는 통장형편 때문이라기보다, 한국에서 달고 온 피부병(아토피+습진) 때문이죠. 체질이 변하려는지, 면역력이 떨어진 것인지, 갑작스럽게 온몸으로 퍼진 습진 때문에 고생을 했거든요.

하루아침에 술도, 커피도, 고기도, 우유도, 먼지도 피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폰디체리는 인도에서 커피가 가장 맛있다는 곳인데, 거기다가 주류에 관세도 붙지 않는 곳인데! 커피 한 잔, 술 한 모금 입에 대지 않았답니다. 또, 면역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하루에 두 번 땀을 흘려주고 샤워를 한 다음 몸을 바람에 말려주죠. 병이란 게 그렇더군요. 어느 때가 되면 몸을 좀 보살피라며 신호를 보냅니다.


하루 한번 나가보는 바다. 뱅갈만이죠. 아침부터 밤까지 많은 사람들이 나와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도 그 중 하나죠. 그다지 예쁜 색깔은 아니고 백사장도 없지만, 지척에 있는 이 바닷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출렁이는 물결이 시공간을 잊게 해주는 것 같아요. 밤에는 섬광이 번뜩이는 게 보이는데, 그때마다 가슴이 찡긋합니다. (네, 밤에는 밖에 다니면 안 되지요. 앞으로는 안 그럴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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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부서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머리를 쉬어주는 동안, 마음은 한계가 많은 몸을 떠나 본래의 자리 -영혼이 기다리는 자리에 가 닿았다가 오기도 합니다. 물론 대개는 한계가 많은 몸 속에서 머리가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지만요. 이를테면 어제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앉아 있었습니다.

‘인도 사람들 참 퉁명스럽다. 아쉬람 관계자들이 방문객을 대하는 태도는 80년대 우리나라 공무원 같고, 식당에선 손님이 건네는 인사도 안 받아줄 지경이지. 근데 어쩐 일인지 난 그게 편한 것 같다. 친절한 상술 앞에서 늘 쩔쩔매곤 했던 내 성격 탓인지도. 아님 외국이라 관대해져서 일까? 어쨌든 무뚝뚝한 도시에서는 어쩌다 웃음 짓는 얼굴을 만나면 더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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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들처럼 말이지요. 말도 안 통하는 여행자를 손짓으로 부르는 아이들. 악수를 청했더니, 한 아이가 사진을 찍어달라는 신호를 보내길래 한 컷 찍었습니다. 선물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말이죠. 사진 속 아이들 눈 속에 호기심과 호감이 들어있죠.

깊은 눈을 가진 아이를 또 한 명 만났는데, 학교에서 파하고 돌아가는 소년이었습니다. 길을 물었더니 설명해주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목소리와 자태가 심상치 않은 것입니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학원물 속 학생회장 같은 이미지였다고 하면 짐작하시려나? (정중하고 담백한 성격에 인기는 많으나 여주인공의 사랑을 차지하지는 못하는. 주인공은 사고뭉치여야 하니까. ㅋㅋ) 캐스팅을 해야 돼, 중얼거리면서 조금 더 헤매다가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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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나절에 걷는 정부광장은 바닷가 근처에 있는데요. 우아, 오래된 나무들이 손짓해 부르는 아름다운 공원입니다. 누구나 들어와 거닐 수 있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도 있고, 앉아 쉴 수 있는 벤치도 많습니다. 정부가 관리하는 곳인 만큼 아주 안전한 공간이기도 하죠. 연인과 친구, 가족과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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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나무를 보면 그냥 좋아요. 공원뿐 아니라 도시 전체에 자신의 역사를 자랑하는 나무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한 곳에 뿌리를 내린 채 세월을 켜켜이 쌓아온 나무들. 하지만 나무는 또 이렇게 말하는 듯 합니다. 수백 년이건, 수천 년이건 지나온 세월은 바로 어제처럼 한 순간인 듯 느껴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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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폰디체리에서의 생활 보고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건강하게, 검소하게, 평안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여기 올 땐 돈이 궁한 까닭에 마음까지 궁할까 조금 우려했었습니다. 한국음식이 그리울 거라고도 생각했고, ‘그림의 떡’이 된 맥주와 커피가 고문을 할 지도 모른다고 걱정했지요. 하지만 지금 내겐 자기만의 방과 나무와 바다가 있어서 별다른 게 필요치 않은 것 같아요. 몸과 마음이 많이 건강해지려고 이곳에 왔나 봅니다. 잘 지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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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은 2010.12.19 19:56 Modify/Delete Reply

    직접 뵌 적은 없지만 늘 익숙한 이름의 조이여울님, 이렇게 지내고 계시는군요^^ 사진과 글 잘 보았습니다. 편히 지내다 오셔요-

  2. 미니 2010.12.19 23:23 Modify/Delete Reply

    아, 좋네요. 건강 꼭 회복해서 돌아오세요!

  3. 신경희 2010.12.20 10:01 Modify/Delete Reply

    자기공간을 가진 행복한 시간 마음껏 만끽하시다 안전 귀가하세요`~
    참 편안하게 여행일기를 읽었습니다~~

  4. 여울 2010.12.21 22:23 Modify/Delete Reply

    나은님, 경희님 감사합니다. 평안한 휴식 취하고 돌아오겠습니다. ^^
    미니, 고맙구.. 내년에 봐. ㅎㅎ 다들 무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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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정령

즐거운 일기 2010. 6. 15. 22:20

일다 사무실 앞 마당에는 커다란 소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있다. 그런데 이 나무들은 오래 전에 버려진 크리스마스 트리였다고 한다. 이 곳을 관리하는 할아버지가, 그 때 버려진 장식용 나무들이 아까워 땅에 심었는데 그게 바로 지금의 이 듬직한 나무라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서울 한복판에도 이렇게 낭만적인 이야기가 생명과 함께 살아있다는 것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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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의 최후의 만찬

즐거운 일기 2010. 4. 8. 08:30


워홀전이 이제 막을 내렸나?
한때 잘 나갔던~ 이젠 이런 느낌이지만, 재밌는 시간이었다.
"앤디 워홀의 최후의 만찬"은 특히 흥미로웠다.
다빈치의 그림에 셀로판지 몇 장을 붙여놓으니 예수가 정말 외로워보였다..

서울시립미술관 "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 (ANDY WARHOL 2009) warho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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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oes 2010.04.08 10:03 Modify/Delete Reply

    최후의 만찬이란 작품이 있었구나
    예전에 왔던 전시때 갔었기 때문에 이번엔 안갔는데..
    작품수가 많았는지 궁금하네

  2. 파란 2010.04.09 01:15 Modify/Delete Reply

    보러 가야지...했는데..
    결국 막 내려버렸군..쩝..

  3. Favicon of https://sunnyjunny.tistory.com BlogIcon goesby- 2010.06.06 23:17 신고 Modify/Delete Reply

    뭔가 바뀌었는데, 포스팅은 없네..=^^=
    요즘 트윗 땜에 블로그는 통 신경 못쓸듯..
    그림 다시 시작해야하는데, 이러고 있다..ㅋ
    담주에 바~

    • Favicon of https://cognate.ildaro.com BlogIcon 조이여울 기자 cognate 2010.06.15 14:23 신고 Modify/Delete

      언니 그림 스타일을 벌써 바꾸다니 좀 아쉬워... 여성 캐릭터들 더 보고 싶었는데..
      블로그는 몇달 후부터 다시 사용하게 될 듯해.

  4. 2010.06.09 10:05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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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즐거운 일기 2010. 1. 22. 01:47
SAMSUNG Electronics | Anycall SPH-W3300 | Average | 1/125sec | F/3.2 | +0.56 EV | 2009:12:31 12:36:14

겨울방학을 맞아 부산에 사는 조카들이 외할머니 댁에 왔다. 아이들은 엄마의 집에서 쑥쑥 큰다. 어떤 아이들이든. 2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하다.

그러나 '할머니'가 된 엄마의 몸은 '요즘' 아이들을 감당해내기 역부족이었다. 긴급구조요청을 받고 달려간 엄마의 집.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아무도 없는 놀이터 미끄럼틀 위에서 눈썰매를 타고 놀았다.

아이들은 작은 눈사람도 만들었다. 자신의 형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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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ppappi.net BlogIcon ppappi 2010.01.22 09:46 Modify/Delete Reply

    정말 아이들 닮은 눈사람이네요.
    작은 몸^^

  2. 파란 2010.02.13 21:59 Modify/Delete Reply

    눈 오는 거 정말 좋아하는데~~
    이제는 눈사람을 만들 생각이 안들어......
    쪼금 더 예쁜 마음과 쪼끔 더 창창한 기운이 필요할라나? ^^;;

    • Favicon of https://cognate.ildaro.com BlogIcon 조이여울 기자 cognate 2010.02.20 01:49 신고 Modify/Delete

      올 겨울은 수도가 얼어 고생을 해서, 눈 오는 것도 그리 반갑지 않더라구요. 그러나 귀차니즘을 뛰어넘게 만드는 조카들의 보채기에 떠밀려, 결국 눈싸움까지 하게되었죠. 피곤할 줄 알았는데 재미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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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가진 것들 중에서

즐거운 일기 2010. 1. 13. 05:38

다큐멘터리 "위대한 침묵 Into Great Silence" (필립 그로닝 작품. 프랑스, 스위스, 독일. 2005)


"네가 가진 것들 중에서 거저 받지 않은 것이 무엇이 있느냐..."
-다큐멘터리 <위대한 침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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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oesby 2010.01.13 17:29 Modify/Delete Reply

    오랫만에 모양새를 확 바꿨네~
    전화했는데 통화중이더군...
    요즘 넘 춥다...감기 조심~~~

  2. goesby 2010.01.15 17:46 Modify/Delete Reply

    일주일동안 어찌 사누...
    삼실이 있어서 견딜 수 있는건가..
    이 추위는 대체 언제까지..

    • Favicon of https://cognate.ildaro.com BlogIcon 조이여울 기자 cognate 2010.01.17 13:54 신고 Modify/Delete

      여름엔 정말 좋았는데.....
      아무래도 물 때문에 올해도 이주를 해야할 듯. ㅠㅠ
      그래도 난 잘 지내고 있어.
      추위가 가시면 훨씬 나아질 테니.. 기다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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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복을 세어보아라

즐거운 일기 2009. 9. 20. 22:08

 

사랑하는 이들과 호흡을 맞추어
흙을 밟으며

풀 냄새를 맡으며

하늘을 바라보며

가을을 느끼며 걷는다

안전하고 기쁜

 

이 순간이 삶이다

 

내가 언제 그런 시간을 간절히 바랐던가?

아니면 나의 영혼이 소리 없이 기원해주었나

 

그랬다면 나의 꿈은 이미 이루어졌다

 

꿈은 현재다

.

.

조만간 박원순 변호사에게 인사를 드려야겠다

감사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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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훤 2009.10.03 00:23 Modify/Delete Reply

    여울, 빨간머리 앤 그림이 정겹네요^^
    꿈을 이루었다는 말, 제게도 힘이 되고 도전이 됩니다.
    화이팅^^

    • 여울 2009.10.04 02:36 Modify/Delete

      지훤, 나는 이 이름이 참 정겨워요.
      1월에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언제 사무실에 오면 구수한 커피를 내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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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울음

즐거운 일기 2009. 6. 30. 20:34


지구촌
여기 저기를 다니면서
다른 문화를 형성하고 사는
사람들을 만나 볼 때마다

다른 색깔의 얼굴을 가지고
못 알아들을 언어로 말하는
사람들과 얘기해 볼 떄마다

낯선 음식을 젓가락도 없이
이상하게 먹는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나눌 때마다

이상한 옷을 걸치고 다니며
추위와 더위를 이겨내는 사람들과
어울릴 때마다

놀라운 것은
그들의 웃음과 울음이 모두
우리의 것과 꼭 같다는 점이다.

웃음과 울음
이것은 우주적 언어요
조물주의 선물이다.
통역없이 이해되고
느낌으로 해석되고
무리없이 전달되는
신비하고 놀라운 언어다.

그 웃고 우는 소리와 표정 속에서
'낯선 우리'는 서로
'삶의 이야기'가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김영 "Storytelling: A Healing Ministry"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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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쟈니 2009.07.03 14:35 Modify/Delete Reply

    웃음과 울음.... 아마, 같은 웃음과 같은 울음 덕분에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구위에 함께 살 수 있는 것이겠지?

    • Favicon of https://cognate.ildaro.com BlogIcon 조이여울 기자 cognate 2009.10.04 02:33 신고 Modify/Delete

      요즘은 웃음에 대해 많이 생각해. 아니, 생각한다기보다 느낌에 가깝지. 영혼이 웃는 것이 느껴질 때가 있어. 인간이라는...태생이 이기적인 존재가 기분좋게 여겨질 때가 바로 그런 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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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왜 우리의 대통령이었을까

즐거운 일기 2009. 5. 25. 07:30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려 하지만
아직 믿기지 않는다. '그래, 꿈이었지?' 묻고 싶어진다.
충격도, 슬픔도 더욱 커진다.


그때, 노란 물결 속에 치뤄진 선거는 재미있었다.
그는 모두가 고개를 젓는 더러운 정치판에서
보기 드물게, 뽑아줄 만한 후보였
다.

우린 그를 대통령으로 선택했고,
 오만한
국회로부터도 보호했다.
파병반대집회에서 그를 원망하며 물러나라 외쳤던 때조차,
그를 진심으로 미워한 이는 드물었다.

그래, 그를 미워한 것은 우리가 아니었지.

권위를 내세우지 않았기에, 낡은 정치에 길들여진 자들로부터
'예우'는커녕 천한 취급을 받았던 대통령.

정치보복을 방어하기엔 너무 인맥이 없었던 정치인.
인맥이 없는 탓에, 오히려 편안하게
청와대에선 맛보지 못했을 행복을 농촌에서 누리며 살길 바랬건만-

아쉽고 안타깝고 불행하다.
이것이 비극의 서막인 것 같아 두렵다.

그는 왜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을까,
나라 수준에 걸맞는 대통령은 바로 지금 우리 위에 군림하고 계시는데...
이명박 등속이야말로 이 사회의 수준을 대표하고 있지 않은가?
대통령답지 않고, 정치인답지 않고, 어르신답지 않았던 그는
바위 위에서 몸을 던져야 하는 운명이었다.

언제나 누군가는 죽고, 산 자는 살아간다.
그러나 당신의 죽음에, 산 자들은 '남겨졌다'.
당신의 영정 앞에서 이 땅의 희망을 소원하기엔
너무나 미안해서 그럴 수가 없을 것 같다.

힘겨운 생이었지만, 당신은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이었다.
시민 앞에서 재롱을 떨던 그 모습, 잊지 못할 것이다.

NIKON CORPORATION | NIKON D300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1/320sec | F/7.1 | 0.00 EV | 200.0mm | ISO-200 | Flash did not fire | 2008:08:28 11:09:24

"바보 노무현" © 사진 출처- 사람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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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쟈니 2009.05.25 18:51 Modify/Delete Reply

    우린 그를 대통령으로 선택했고, 오만한 국회로부터도 보호했다.
    파병반대집회에서 그를 원망하며 물러나라 외쳤던 때조차,
    그를 진심으로 미워한 이는 드물었다.

    ======= > 이 말이 내 심정이다 그의 몇몇 정책을 비판했지만,
    그에겐, 대통령이라는 지위로 한계지어진 상황이 분명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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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즐거운 일기 2009. 3. 10. 00:55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왕산에 핀 진달래꽃. 3월 8일 아침.

어제 아침에 인왕산에 올랐다가 뜻밖에도 진달래꽃을 발견했다. 계절을 알리는 요 작은 꽃이 얼마나 귀엽고 싱그럽던지, 3월부터 본격적으로 바빠진 나의 몸에 기운을 불어넣어주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봄이 왔음을 알리는 산수유 나무가지

지난 시절 봄이 오는 냄새는 조금씩 아련함과 슬픔을 담고 있었는데, 올 봄은 눈과 귀를 자극하며 활기차게 다가올 모양이다. 사무실에선 벌써부터 도보여행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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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정의에 대한 하나의 의문"

즐거운 일기 2009. 2. 16. 21:09

그것이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민주주의가
과연
진정한 민주주의인가?


-에리히 프리트(Erich Fried)


<1968 : 희망의 시절, 분노의 나날>에서 재인용
(타리크 알리, 수잔 왓킨스 공저| 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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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극

즐거운 일기 2009. 1. 20. 14:05
무능한 정권은 사람들을 죽인다.

태연한 척하려 해도, 매일 눈뜨고 TV보기 두렵다.
하루하루 피로감이 누적된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살고프다.

이렇게 10년을 갈 것이라고, 단단히 준비하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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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kafkas.tistory.com/ BlogIcon 카프카의 카 2009.01.20 22:32 Modify/Delete Reply

    이렇게 십년.....;;;

    • Favicon of http://cognate.ildaro.com BlogIcon 살구나무 2009.01.21 01:09 Modify/Delete

      소리내어 이야기하고 싶지 않지만 "십년"이라고들 예견하죠.ㅠㅠ 긴 터널을 지나야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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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비싼

즐거운 일기 2009. 1. 19. 01:18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쪽바닷가 촉촉한 모래 위에 찍힌 새의 발자국

저녁 산책을 하다가 운좋게도(혹은 이제야) 전라도김치를 판다는 간판을 발견했다. 포기김치와 어리굴젓을 사면서 "요즘은 김치도 마음놓고 못 사요~"라고 인사차 말을 건넸더니, 아주머니는 갑자기 "당당하게!"라고 힘을 주어 한 마디를 꺼내셨다.(깜딱이야;)

이어 중국에서 들여오는 양념 얘기와 "OO김치"라고 불리는 묻지마김치의 실태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하시더니, "당당하게 비싼 값에 파는 김치만" 사서 먹으라고 했다. 그런 태도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려워서인지, 그 아주머니가 무척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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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unnyjunny.tistory.com BlogIcon goesby- 2009.01.19 13:20 신고 Modify/Delete Reply

    어머, 새 발자국을 첨에 직접 그린 화살표로 봤다..
    뭔가 묘하네..신기하기도 하고..
    전라도 김치 맛있을듯..

    • 살구나무 2009.01.19 18:03 Modify/Delete

      취재갔다가 변산해수욕장에 잠시 들러 고운 모래 위를 걷는데, 추워서 콧물이 나왔지. 바다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여 보니, 새의 발자국 뿐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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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

즐거운 일기 2008. 12. 31. 01:29

사용자 삽입 이미지

채석강의 소나무. 해질녘

인생은 눈 깜짝할 새라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보면 길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늘 꿈을 품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언제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퇴보하는 시절, 지인들과 격동의 시대를 다룬 외국영화에서나 보았을 법한 태도로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그렇게 연말을 보냈다.

이런 때일수록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 오늘도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삶이 가르쳐주는 것들을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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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쟈니 2008.12.31 13:39 Modify/Delete Reply

    음. 격동의 시대. 맞아. 그리고 내년에도 격동이겠지?
    잘 살아내자고~~ 새해 복 많이 받아.

    • 살구나무 2009.01.03 02:57 Modify/Delete

      감기로 고생한다며. 얼렁 낫길.
      나도 이제야 기침이 가라앉았어. 감기와 생리통은 달고 살아도 언제나 낯설고 새롭지. ㅠㅠ
      2009년,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
      조만간 히즈라네서 볼까? 서대문도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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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눈

즐거운 일기 2008. 12. 8.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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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칠연계곡 가는 길

주말에 추워진다했는데... 지난 주 금요일 아침, 목감기가 채 낫지 않은 가운데 안그래도 빡빡한 12월 일정이 두려웠던 나는 '과연 오늘 일을 다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허둥지둥 집을 나서다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발을 유리에 좀 벤 것 뿐인데 병원까지 가서 응급처치를 하려니 마음만 더 급해졌다.

그렇게 발을 절룩이며 서울을 떠났다. 가는 길 산만한 눈발에, 매섭게 닥친 추위에, 여기저기서 오는 연락들. 오후가 되도록 이게 내 정신인가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기분 싫지 않았다. 따뜻한 공간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발이 욱신거리는 통증을 느꼈을 뿐.

약속된 인터뷰를 하고, 밤을 꼬박 새워 초안을 보내고, 그리고 내리 잠. 지리산 자락에 와서 아픈 목과 발을 감싸고 방구석에 틀어박혀 있는 모양이 우스꽝스웠지만, 방구석이라고 다 같은 건 아니다. 겨울을 좋아하고, 눈도 좋아하고, 바람도, 물도, 산도 좋아하는 내겐.

조용한 산청마을에서 모처럼 깊은 잠을 청하고 돌아오는 날. 내려오는 길에 보았던 눈쌓인 덕유산에서 겨울을 맞이할 만큼의 여유가 생겼다. 그러고 보니 이것이 내게 첫눈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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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unnyjunny.tistory.com BlogIcon goesby- 2008.12.09 12:40 신고 Modify/Delete Reply

    이번 겨울, 아주 오랫만에 편도선이 부었고, 그렇게 이제야 진짜 겨울이 왔네 싶었고, 제대로된 첫눈을 일욜날 맞았는데 왠지 낭만 따윈 전혀 없었을 뿐이고...^^;
    송년회를 기다리며..

  2. cognate 2008.12.09 14:22 Modify/Delete Reply

    언니도 편도선이 부었구나? 나는 가장 말을 많이 해야하는 때에 딱 목이 잠겨버려서 황당했어. 부랴부랴 둘둘 감고, 생강차 마시고, 약도 먹고, 할 수 있는 건 다했더니 몸살은 피할 수 있었지. 신기한 게 몸이야, 계절의 변화가 가장 약한 부분으로 오다니. 송년회 때 boa

  3. Favicon of http://blog.aladdin.co.kr/freejani BlogIcon 쟈니 2008.12.10 13:04 Modify/Delete Reply

    발 다친거야? 괜찮니? 날씨가 정말 추운 겨울이다. 요즘같은 때에는 조용한 산속의 집에서 따뜻한 차 마시며 책읽고 지내고 싶구먼..

    • 여울. 2008.12.12 01:33 Modify/Delete

      두 바늘 꿰맸는데 오늘은 거의 나은 것 같아. 겉으로 봐서 절룩거리는 느낌 없다고 하더라고. ^^ 난 왜 조용한 산속에 가서도 책 읽을 생각은 못하나 몰라. 조카들에게 선물해줄 동화책부터 하나씩 읽어가야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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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이 넝쿨째

즐거운 일기 2008. 11. 2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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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풀무학교 전공부 농장에서. 2008.11.

씨앗이 해와 바람과 물과 땅의 기운을 받아 싹을 틔운다는 것은, 놀랍고 힘겹고 설레는 일이다. 그리고 드물게 귀한 일이다. 생산을 하고 결실을 거둔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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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고 강직하며 애달픈 불을 품었던 시인

즐거운 일기 2008. 11. 11.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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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萬海) 한용운 생가/충남 홍성군 결성면 성곡리

독자여 나는 시인으로 여러분의 앞에 보이는 것을 부끄러워합니다.
여러분이 나의 시를 읽을 때에 나를 슬퍼하고 스스로 슬퍼할 줄을 압니다.
나는 나의 시를 독자의 자손에게까지 읽히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 때에는 나의 시를 읽는 것이 늦은 봄의 꽃수풀에 앉아서 마른 국화를 비벼서 코에 대는 것과 같을는지 모르겠습니다.
밤은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설악산의 무거운 그림자는 엷어갑니다.
새벽종을 기다리면서 붓을 던집니다.
 
만해(萬海) 한용운(1879∼1944)
1925년 오세암에서 [님의 침묵] 발문 "독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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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萬海) 한용운 선생의 독특하고 명민한 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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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haams.egloos.com/ BlogIcon orior 2008.11.12 14:10 Modify/Delete Reply

    아... 시인의 가슴 속에 있는 불.

    • . 2008.11.13 00:04 Modify/Delete

      님의 침묵을 입가에 읊었던 그 어린 시절엔, 만해의 싯귀가 늦은 봄의 꽃수풀에 앉아서 마른 국화를 비벼서 코에 대는 것과 같이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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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면

즐거운 일기 2008. 9. 26. 18:09


    어제 밤과 새벽에 가을이 왔다
    자다 깨다 하며 가을의 기분을 느꼈다
    사랑의 계절이 다시 오는 구나, 하고

이렇게 적어놓은 때는 지난 해 8월 30일이다.
올해는 9월이 다 가도록 여름의 뒷자락만 질질 붙잡고 있을 뿐
도통 가을의 냄새를 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하늘이 유난히 높다는 걸 깨닫게 되는 어느 저녁을 좋아한다.
추위에 잠을 깨서도 기분나쁘지 않은 새벽을 지새는 것도 좋아한다.
코끝을 찡하게 하는 겨울의 시린 냄새도 좋아한다.

찬바람이 불어오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오늘처럼 하늘이 높고, 햇살이 반짝이며, 나뭇잎이 살랑거리는
완연한 가을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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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서는 길, 가을을 먼저 알리던 꽃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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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외

즐거운 일기 2008. 9. 17. 19:31


"많이 드릴게요."

밭에서 딴 거라고 했다.
만원에 한 무더기.

"맛있어요?"

답이 뻔한 질문을 했는데,
그만

"큰 건 안먹어봐서 몰라요."

팔려고,
정작 자신은 먹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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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설록의 과수원집

즐거운 일기 2008. 9. 14.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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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제주(www.storyjeju.com)의 고제량님이 마련해주신 과수원집이 우리가 묵을 숙소였다. 감귤밭을 끼고 있는 그림같은 집을 둘러보며, 이게 꿈이야 생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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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이런 곳에서 작업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각자 머리를 굴리는 듯 했다. 나무에 걸터앉을 때마다 여기서 한 달만 지내봤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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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을 치지 않아, 이곳 과수원만 풀이 무성하다. 아마 수확량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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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익지 않은 푸른 귤이 이렇게 예쁜 줄 몰랐다. 벌써부터 겨울에 귤 따러 농활을 오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나는 힘들어서 무리라고 말하면서도 내심 꼭 다시 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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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눈이 떠진 사람들은 근처의 오!설록을 산책했다. 이름도 예쁜 오설록뮤지엄을 끼고 녹차밭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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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갑 갤러리 DUMOAK을 둘러보고, 제주를 사랑한 사진작가의 삶이 작품보다도 먼저 다가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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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끝날, 비행기를 타기 전 예기치 않았던 트래킹! 곶자왈 지역인 거문오름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일반인들에게 개방을 한 마지막 날이었는데, 이렇게 감사한 일이... 두고두고 <이야기제주>  분들에게 고마워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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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커다란 소뼈를 발견했다. 소가 들어왔다가 나갈 곳을 찾지 못해 굶어죽은 거라고, 안내자가 설명해주었다. 사람도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는 곳이라는 설명을 들으니, 약간 섬찟한 느낌과 함께 머리 속에선 전설의 고향이 떠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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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goesby.tistory.com/ BlogIcon goesby 2008.09.18 01:50 Modify/Delete Reply

    아, 저 녹색귤 너무 이쁘다
    나도 사진 찍고 싶었는데 못 찍어서 아쉬웠는데
    넘 이쁘다
    그리고 사진으로 보니 더 그림같은 집

  2. Favicon of https://cognate.ildaro.com BlogIcon 조이여울 기자 cognate 2008.09.18 14:56 신고 Modify/Delete Reply

    아직도 마음의 일부는 제주에 있어. 기사를 하나 쓰긴 했는데, 아직 다 끝나지 않아서인가? 어쩜 올해에는 고구마도 캐고 귤도 따게 될 지 모르겠어. 만일 그런 기회가 온다면 수확의 기쁨과 고통을 같이 느끼게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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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지해수욕장

즐거운 일기 2008. 9. 14.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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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공항에서 다섯 사람을 마중하고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었다. 점심 먹고 숙소로 가는 길에 들른 곳은 곽지해수욕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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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넓고 차가운 바다였다. 혼자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발을 첨벙거렸다. 먹이를 잡으러 종종 걸음하는 작은새도, 나를 피하지 않았다. 인간을 별로 본 적이 없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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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흙을 사뿐히 밟으며, 차고 부드러운 물살을 느끼며, 계속 입에선 웃음이 비집고 나왔다. 웃음은 바보같은 소리를 냈다. 그렇게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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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칼이라니,

즐거운 일기 2008. 9. 9. 22:12

정녕 일본의 우익처럼 되려는가?

옆방 사람들과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이명박 5년 치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사이 빙하가 다 녹을 거라는 설이 가장 어두운 얘기였지만,
5년이 지나도 사람들이 변하지 않는다면? 하는 가정만큼 두려운 것도 없다.

지난 달 만났던 김진영씨는 "세상에 공짜로 나빠지는 것은 없다"며,
5년간 뼈저리게 배우게 되는 것이 있을 거라고 나를 위로했지만
과연 그렇게 될까, 어쩐지 벌써부터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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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naver.com/2purple BlogIcon 명승 2008.09.10 00:10 Modify/Delete Reply

    혹시 마야 예언 이야기도 나누셨나요?

    다큐 보니까 2012년 지구 멸망 어쩌고 하던데...

    명박 임기 끝나는 시점이랑 비슷...

    저는 아마 그게 제일 어두웠던 충격이었습니다...

  2. cognate 2008.09.11 10:54 Modify/Delete Reply

    예언까지는 아니고, 빙하 녹는 속도에 가속이 붙어 측량을 하는 연구진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얘기였어요. 빙산이 사라져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10년 이내가 될 수도 있다는- ㅠㅠ

  3. Favicon of http://www.borseitalialv.eu/ BlogIcon Louis Vuitton Borse 2013.02.25 17:26 Modify/Delete Reply

    지난 달 만났던 김진영씨는 "세상에 공짜로 나빠지는 것은 없다"며,
    5년간 뼈저리게 배우게 되는 것이 있을 거라고 나를 위로했지만
    과연 그렇게 될까, 어쩐지 벌써부터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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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소깍

즐거운 일기 2008. 9. 9.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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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전해온 기사를 통해서만 보았던 쇠.소.깍. 용출수와 바다가 만나는 지점이다. 사진은 용출수가 소를 이룬 부분인데, 겉으론 고요해 보이지만 물 속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동네아이들이 이곳에서 놀다가 목숨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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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배(뗏목)를 탔다. 손으로 줄을 끌어당겨 운행하는 통나무 배 위에서 차가운 물에 발을 첨벙거리며 신선노름을 했다. 신기해하는 저 표정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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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배를 타고 가면서 본 풍경은 바위틈으로 자란 나무들과 그것이 잔잔한 물 위에 비친 모습들이다. 파도가 세게 밀려오지 않는 날이면 물고기들도 볼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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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출수와 바로 이어진 바다의 모습은 정 반대의 풍경이다. 시원한 파도가 검은 몽돌 사이를 지나며 자갈자갈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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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건너 누굴 기다리는 사람처럼 망연자실 서 있는 P씨. 비키니를 숙소에 놓고 온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는 모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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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안에 취재가 끝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는데, 다행히 일정을 맞춰 목요일 오후엔 여유롭게 바다를 둘러볼 수 있었다. 물에 들어가지 못한 아쉬움은 맨발로 돌 마사지를 하며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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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oesby 2008.09.10 10:57 Modify/Delete Reply

    와우~
    뗏목을 타는 표정이 정말 행복해보이는걸!
    제주 여행을 끝나고 같이 돼지고기라도 구워먹고 싶은 욕구가 솟구치는데 이번주가 영...
    다음주에는 어떠려나..?

  2. cognate 2008.09.11 10:56 Modify/Delete Reply

    좋지~! 여행 후유증이 꽤 가,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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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섬에서의 6일

즐거운 일기 2008. 9. 4. 21:17

지난 주, 여름끝물에 일다 사람들과 제주섬으로 휴가를 갔다. 몇 달 전부터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일정. 3일은 기자 셋이서 동행취재를 하고, 다음 3일은 다섯명이 합류해 여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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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행원풍력마을을 둘러보고 해녀의 집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는 길에 만난 바다. 종달리 마을 근처 옥빛의 아름다운 바다를 보고는, 방파제 아래로 뛰어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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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물결 너무 좋아. 나보다 먼저 물에 들어간 S씨와 P씨의 모습. ^^ 모두들 곧바로 이어진 취재일정만 아니었다면 옷을 적셨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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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보면 머리 속이 하얗게 된다.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따뜻하고 잔잔한 바다에서 물살을 따라 수면 위를 뛰어오르며 노는 은빛 물고기들을 보았다. 장난꾸러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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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씨 2008.09.04 22:26 Modify/Delete Reply

    앗, 제가 왜 S씨인갑요?ㅋ
    아, 여기 진짜 좋았죠.흑흑.
    또 가고파라- 진짜로 감귤 딸 때, 농활 가요.

    • cognate 2008.09.05 08:58 Modify/Delete

      영어를 너무 모르다보니 이니셜마저? 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죠?; shaams의 S잖아요. 과수원집엔 꼭 다시 가고 싶어요. 가게 되겠죠~ ^^

  2. goesby 2008.09.05 05:46 Modify/Delete Reply

    그러게..왜 S씨가 되었지..?
    그나저나 사진 이쁘다..
    나도 얼른 올려야지!
    막상 지명을 기억하는게 별로 없어서..뭐라고 쓸말이 별루 없네;

    • cognate 2008.09.05 08:56 Modify/Delete

      언니와 다닌 코스는 공항에서 용두암-곽지해수욕장-오!설록(숙소)-서귀포항(제주해풍)-김영갑갤러리-유성식당(빼놓을 수 없쥐)-표선해수욕장-거문오름 등이었어.

    • c씨 2008.09.05 13:03 Modify/Delete

      아, 그리고 저 사진들은 핸폰으로 찍은 것임.

  3. goesby 2008.09.05 10:46 Modify/Delete Reply

    아..점심 식사 한곳이 용두암이었지..정은님한테 물어놓고도 또 까먹은..정신머리..
    정민이 말듣고 성게국 사진을 찍어놓길 잘했지.
    근데 너무너무너무 맛있어보여서 미치겠네..그려..^^

    • 에쓰씨 2008.09.05 11:02 Modify/Delete

      첫날 점심식사 한 곳은 제주시내(용두암 근처기도 하구요)의 홍소반이라는 식당이었구요. 둘째날 점심식사는 성산읍 쪽. 남제주군 성산읍 신산리 유성식당이에요. 근처 신산초등학교가 있었구요. 지도를 보면서, 다녀간 곳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찾아다녔더라면, 기억하기가 한결 쉬웠을 것 같아요.

    • c씨 2008.09.05 13:01 Modify/Delete

      난 해삼물회! 서울와서도 한동안 그 생각 뿐이었어.

    • goesby 2008.09.05 15:50 Modify/Delete

      아..성게국(미역국)이 아니라 나도 해삼성게 물회..
      사진 보면 완전 죽여준다...하하하~~

  4. goesby 2008.09.05 12:54 Modify/Delete Reply

    그러게요, 정은님
    유성식당-김영갑 갤러리가 그 성산일출봉이 있는 제주 남동쪽인거죠?
    흐흐, 그래도 짧은 시간동안 제주 동서남북을 다 가로지른듯하여 참 좋습니다.!

  5. 졸파란 2008.09.06 12:08 Modify/Delete Reply

    문득 드는 생각 하나...
    여행에서 찍어 온 사진들을 보며 부러운 것보다..
    여행을 같이 다녀온 사람들의 뒷담화를 보고 있자니..
    더한 부러움이...불끈~ㅋㅋㅋ

    • goesby 2008.09.06 22:22 Modify/Delete

      ㅋㅋㅋ언니, 내가 가자고 꼬셨자너~
      정말 좋았는데!!
      자랑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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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즐거운 일기 2008. 8. 18. 16:02

 

관계개선 프로젝트까지는 아닌데, 어쩌다 보니 아빠와 자주 만나게 된다. 서로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언제나 3,500원 대의 메뉴가 있는 식당에만 가는 아빠. 아빠에게 있어서 맛있는 식사란 값이 싼 메뉴이다. 아직 벌이가 있는데도 왜 그렇게 자린고비 행세를 하시는지.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지독하게 가난했던 두 분의 젊은 시절이 연상되어 마음이 좋지 않다.

 

어쨌든 이번에도 점심메뉴를 고르는데, 마땅한 게 없어 냉면을 시켰다. 전 같으면 갈비탕을 시켰을 텐데 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이제 쇠고기는 못 먹겠어요. 불안해서.

불안하지 않아도, 먹어주지 말아야지. 지 마음대로 못하게.

 

내가 중학교 시절부터 정치적 견해가 일치한 적이 없는 아빠의 입에서 나온 말에, 잠시 멈칫하고 눈을 크게 떴다. 약간 떨리는 시간을 갖고, 현 정권에 대해 몇 마디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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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cyworld.com/true_102 BlogIcon 폴라 2008.08.20 01:31 Modify/Delete Reply

    은아가 부르는 이름이예요, 폴라^^
    저는 은아를 119라고 부르죠 ㅋ

    아아..그런데 냉면 육수도 쇠고기로 우려낸다는 슬픈 이야기.ㅠ.ㅠ

    제 아빠가 살아계셨으면 어떠셨을까 매우 궁금해지는..간만에 아빠를 몹시 그립게 하는 멋진 이야기!!*^^*

  2. cognate 2008.08.20 15:31 Modify/Delete Reply

    폴라, 이름 좋아요. 경쾌하고. 은아님은 이유는 모르겠으나 119라는 애칭이 어울리네요. ^^

    미국산 쇠고기만 아니라 국산/중국산 항생제 덩어리들이 더욱 무서운 이유는, 제가 그걸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촘촘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먹는 것에 있어서 거의 방어력 없이 살아왔는데, 갑자기 신경을 쓴다는 게 너무 어려운 과제처럼 느껴지는 거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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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일기 2008. 8. 18. 14:20

세간에 떠도는 이야기가 있는데,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질 것이고, 그로 인해 결국은 쥐를 잡게 될 거라는 공포인지 희망인지 모를- 그 얘기를 나도 어쩐지 믿게 되네.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는데 라고 걱정하기보다는,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몰라 불안한 상황, 익숙하지 않은 그 상황에 놓여버렸지. 마치 내가 중고등학생이던 그 시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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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쟈니 2008.08.18 17:00 Modify/Delete Reply

    음.. 예상치 못한 일? 결국 쥐를 잡게된다고?
    지금으로선, 쥐를 잡는게 정말 기쁘지만..
    그 이후를 걱정 하지 않을 수 없어.. 쥐를 누가 잡느냐의 문제겠지.
    (그런데 세간에 떠도는 이야기는 뭐니?)

    이렇게, 기존 체계에 얹혀서 살아야 하나? 하는 의문이 온몸을 감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이렇게, 어이없이도..

  2. cognate 2008.08.19 13:46 Modify/Delete Reply

    그래, 누가 잡느냐의 문제야. 사실은... 쥐가 문제가 아닌 것이지. 미운 것도 쥐가 아니야. 그것이 70~80년대와 지금의 상황과 비교할 수 없는 큰 이유인 것 같아. 아무리 멍청한 쥐라도, 쿠테타로 세운 정권이 아니라고 말할 정도는 되지.

    한편으론 사람들이 서로 위로를 하지. 괜찮아, 끝장날 것 같다는 생각은 버려, 대안은 생기게 마련이야, 저력이 없지는 않아, 이런 이야기. 어쩌면 눈앞의 일이 있고 삶의 희노애락이 있다는 건 기본 체력일 지도.

    하지만 대안을 누가 알까, 책임을 질 수 있는 이가 누구일까.. 하는 끊없이 불안한 질문이 뱅뱅 거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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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구나

즐거운 일기 2008. 8. 16. 22:29

장미란의 경기를 한번 꼭 봐야하는데,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별다른 이유는 아니고, 어린 시절 떠오르는 샛별과도 같았던 그녀를 인터뷰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인터뷰 당시에 장미란 학생은 예상과는 달리 너무나도 솔직하고 순박한 이야기를 해서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당연히 기사에 쓰진 않았지만)

나는 어린 장미란 선수에게 멋지다고, 아름답다고, 수차례 격려의 말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어찌하나, 그대는 천재라서 그 길을 갈수밖에 없고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겠지' 라고.

나처럼 산만하고 게으름 많은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그 길- 그 힘겨운 길을, 타고난 재능을 가진 그녀는 거스를 수가 없었으리라.

오늘 그 무엇도 아닌, 자기 자신을 들어올리는 그녀를 보며 어쩔 수 없이 눈물이 났다. 멋지구나, 아름답구나. 예전에 역도라는 스포츠에 관심조차 없었던 내가 단지 어린 여자선수에게 격려와 위로 차원에서 던진 말이 아닌, 삶의 경이로움을 담아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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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포츠 2008.08.17 00:39 Modify/Delete Reply

    스포츠가 상업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는, 선수들이 몸값 생각하며 약삭빠르다는 느낌이 들어, 그냥 응원하는 재미 이상의 뭐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이번에 올림픽 몇 경기 보면서는 그냥 숙연해지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장미란 선수도 말할 것도 없고. 선수들이 하나같이 '자기와의 싸움'이라는 말을 하는데, 그 싸움에서 이긴 선수들의 빛나는 모습. 몇 종목 봤는데, 좋은 공연 본 것 이상의 가슴 찡한 감동과 배움이 있었죠. 땀 흘리는 선수들에 비해서, 편하게 누워서 텔레비전 시청하면서 깨우친 게 얼마나 약발이 갈지 모르겠지만. 어떤 장르보다 인간의 몸으로 하는 스포츠가 아름답더군요. 그만큼 감동적인 순간을 엿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쥔장 2008.08.18 14:32 Modify/Delete

      올림픽은 참 우스꽝스럽고도 무서운 지구의 행사죠. 스포츠 역시 상업성만 아니라 그 시스템이 군대에 버금간다고 느껴지는 면이 있는데, 그러나 그것만은 아니겠죠. 누군가의 주장처럼 스포츠를 예술의 영역으로 봐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때로 공연을 본 것 이상의 감흥을 저도 느껴요.

  2. goesby 2008.08.17 22:03 Modify/Delete Reply

    오! 그런 추억이 있었구나. 대체 몇년전인거니?
    나도 어제 그 순간을 보고 있었는데, 마지막 표정, 울듯 웃듯 한 그 표정,
    사랑과 기침은 속일수 없다고 하지만, 웃음과 울음도 참을 수 없다..란 말을 이번 올림픽 경기를 보며..생각하게 되더라
    암튼 대단해.

    • cognate 2008.08.18 15:10 Modify/Delete

      글쎄 몇년 전일까. 장미란 선수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나 2학년 때였을 거야. 많이 성숙해진 모습 보기 좋더라.

  3. 강위 2008.08.22 08:45 Modify/Delete Reply

    저도 마음이 짠한 것이 혼자 박수를 쳤다니까요.
    장미란 선수는 유독 아름다운 것 같아요.

    • Favicon of https://cognate.ildaro.com BlogIcon 조이여울 기자 cognate 2008.08.25 19:22 신고 Modify/Delete

      박수를 쳤지요. 역도는 게임이라고 할 수도 없고, 속도감이 있는 것도 아닌데, 혼자서 얼마나 지리한 시간을 견뎌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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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즐거운 일기 2008. 8. 14. 22:46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올 여름이 덥긴 더운가보다.
마신 맥주의 양을 가늠할 수가 없네.
입맛이란 게 뭔지,
보리술은 술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내가
냉장고에까지 맥주를 채워넣다니...

며칠 전 낙원상가에 가서 장기두는 아저씨들에게
낙원호프집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이상한 여자 보는 듯한 수상쩍은 눈길을 보내왔다.
그래도 어딘지 알려줬으니 고마웠다.

가서보니 딱 아저씨들 분위기이긴 했다.
밖에 앉아서 "왕골뱅이"와 가벼운 맥주를 마셨다.

맥주는 맥주를 부른다.

어제는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 일명 "VIP접대"를 받았다.
그리고... 안 그래도 힘든 일하고 온 사람을
새벽 3시 넘게까지 붙잡아두고 맥주를 셀 수 없이 마셔댔다.
아무리 반가움의 표시라고 해도 적당히 해야 하는 것인데,
다들 취한 줄 모르고 그러고 있었던 모양이다.

일어나보니 머리가 약간 기울었고
이제 당분간 술을 멀리하려나 싶었는데,
밤이 되니 냉장고의 맥주가 또 생각나는 것이다.
자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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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unnyjunny.tistory.com BlogIcon goesby- 2008.08.15 02:53 신고 Modify/Delete Reply

    맥주를 마실때 첫 맛 있잖아
    그 첫맛을 파장때까지 느낄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그러려면 배는 뚤려있어야 하고 속도는 무지 빨라야 한다는..

  2. cognate 2008.08.16 12:51 Modify/Delete Reply

    이제 생맥의 계절도 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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