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이렇게 지내고 있어요~

즐거운 일기 2010. 12. 19.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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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에서 내다본 풍경


혼자 인도에 가서 어쩌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지인들을 위해 간략한 보고를 올립니다. 부실한 이 몸의 안전을 걱정하실 부모님과 친구들을 안심시키려는 목적을 가진 포스팅이죠. (근데 지금은 한국이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하지 않은 것 같군요 ㅠㅠ).

제가 지금 머물고 있는 곳은 남인도 폰디체리(Pondicherry)라는 도시입니다. 안식년까지는 아니어도 몇 달간의 휴가를 받아 혼자 떠나왔어요. 왜 그곳이냐고 묻는다면, 스리 오로빈도 아쉬람을 방문해 명상을 하겠다거나 세계적인 공동체마을 오로빌에 가기 위해서라고 답할 수도 있겠지만(실제로 그렇게 말하고 왔지만), 지도에서 그냥 찍었다고 하는 편이 사실에 더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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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머물게 될 게스트하우스입니다. 이 시기에 폰디체리는 비싼 호텔을 제외하곤 빈 방을 구하기 어렵다고 하지요. 역시나 아쉬람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는 말도 못 붙이게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꼭 묵고 싶었던 숙소에서 제게 방을 내어주었습니다. 창이 나 있고 책상이 있어 책 읽고 글쓰기 좋은 방이죠. “마음에 쏙 드는 방”을 얻었습니다. (‘마음에 쏙 든다’는 표현은 최근에 조카에게 시계를 선물했을 때, 그 애가 보여준 반응이었죠. “마음에 쏙 들어요, 이모.” 이 말이 제 마음에 쏙 들어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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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 풍경


물론, 인도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는 아니지요. 창 밖에선 하루 종일 시끄러운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옵니다. 제가 묵는 방은 화장실과 욕실이 공용이어서 불편한 감도 있는데요. 이전에 여기 묵었던 분의 말로는 “그래도 여긴 벌레가 안 나와요.” (처음 묵었던 숙소에서 나를 맞아준 것은 연두 빛 감도는 도마뱀이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도마뱀을 예뻐하기 때문에 행운의 신호로 받아들였지만요.) 어찌됐든 인도에서 지낼 때는 평소 청결개념 없는 것이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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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주요 교통수단은 오토바이와 자전거, 그리고 어이없는 값을 부르는 걸로 악명 높은 릭샤입니다. 한국에서 한 번밖에 타보지 못한 자전거를 혹시나 연습해서 탈 수 있으려나 기대하고 왔는데, 빵빵거리는 소리로 정신이 하나도 없는 거리에서 균형 잡고 걷기도 벅찹니다. ㅠㅠ 이 와중에 땅바닥에 드러누워 자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그 경지가 놀랍습니다.

그래도 아쉬람 본부와 정부광장이 있는 시가지는 깔끔하게 구획되어 있고 안전한 편입니다. 프랑스 지배를 받았던 역사가 오래되어서 프랑스식 건물도 여기저기 볼 수 있죠. 그러나 북쪽으로 몇 블록 더 들어가면 장면이 확 바뀌는데, 다닥다닥 붙은 인도식 가옥에 발에 밟히는 오물들, 동양여자 처음 보는 듯한 표정 등에서 빈부와 문화의 격차를 실감합니다. (아마 카스트 계급의 차이기도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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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도는 음식이 맛있는 걸로도 사람들을 충분히 매혹시키죠. 신선한 과일도 많고요. 저는 주로 인도식당에서 식사하는데 아무 거나 주문해도 대충 입맛에 맞습니다. 안타까운 건 서민식당에선 차나 오렌지주스 같은 음료를 팔지 않는다는 것. 아쉬운 대로 홍차 티 백을 구입해 찬물에 그냥 풀어서 마시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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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은 주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나 차이나 레스토랑 같은 고급식당에서 식사를 합니다. 가끔은 생선요리에 와인을 곁들이며 기분을 내도 좋을 수 있겠지만, 아마 저는 떠나는 날까지 인도음식을 고집하게 될 거예요. 그건 구두쇠처럼 아껴야 하는 통장형편 때문이라기보다, 한국에서 달고 온 피부병(아토피+습진) 때문이죠. 체질이 변하려는지, 면역력이 떨어진 것인지, 갑작스럽게 온몸으로 퍼진 습진 때문에 고생을 했거든요.

하루아침에 술도, 커피도, 고기도, 우유도, 먼지도 피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폰디체리는 인도에서 커피가 가장 맛있다는 곳인데, 거기다가 주류에 관세도 붙지 않는 곳인데! 커피 한 잔, 술 한 모금 입에 대지 않았답니다. 또, 면역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하루에 두 번 땀을 흘려주고 샤워를 한 다음 몸을 바람에 말려주죠. 병이란 게 그렇더군요. 어느 때가 되면 몸을 좀 보살피라며 신호를 보냅니다.


하루 한번 나가보는 바다. 뱅갈만이죠. 아침부터 밤까지 많은 사람들이 나와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도 그 중 하나죠. 그다지 예쁜 색깔은 아니고 백사장도 없지만, 지척에 있는 이 바닷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출렁이는 물결이 시공간을 잊게 해주는 것 같아요. 밤에는 섬광이 번뜩이는 게 보이는데, 그때마다 가슴이 찡긋합니다. (네, 밤에는 밖에 다니면 안 되지요. 앞으로는 안 그럴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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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부서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머리를 쉬어주는 동안, 마음은 한계가 많은 몸을 떠나 본래의 자리 -영혼이 기다리는 자리에 가 닿았다가 오기도 합니다. 물론 대개는 한계가 많은 몸 속에서 머리가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지만요. 이를테면 어제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앉아 있었습니다.

‘인도 사람들 참 퉁명스럽다. 아쉬람 관계자들이 방문객을 대하는 태도는 80년대 우리나라 공무원 같고, 식당에선 손님이 건네는 인사도 안 받아줄 지경이지. 근데 어쩐 일인지 난 그게 편한 것 같다. 친절한 상술 앞에서 늘 쩔쩔매곤 했던 내 성격 탓인지도. 아님 외국이라 관대해져서 일까? 어쨌든 무뚝뚝한 도시에서는 어쩌다 웃음 짓는 얼굴을 만나면 더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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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들처럼 말이지요. 말도 안 통하는 여행자를 손짓으로 부르는 아이들. 악수를 청했더니, 한 아이가 사진을 찍어달라는 신호를 보내길래 한 컷 찍었습니다. 선물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말이죠. 사진 속 아이들 눈 속에 호기심과 호감이 들어있죠.

깊은 눈을 가진 아이를 또 한 명 만났는데, 학교에서 파하고 돌아가는 소년이었습니다. 길을 물었더니 설명해주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목소리와 자태가 심상치 않은 것입니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학원물 속 학생회장 같은 이미지였다고 하면 짐작하시려나? (정중하고 담백한 성격에 인기는 많으나 여주인공의 사랑을 차지하지는 못하는. 주인공은 사고뭉치여야 하니까. ㅋㅋ) 캐스팅을 해야 돼, 중얼거리면서 조금 더 헤매다가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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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나절에 걷는 정부광장은 바닷가 근처에 있는데요. 우아, 오래된 나무들이 손짓해 부르는 아름다운 공원입니다. 누구나 들어와 거닐 수 있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도 있고, 앉아 쉴 수 있는 벤치도 많습니다. 정부가 관리하는 곳인 만큼 아주 안전한 공간이기도 하죠. 연인과 친구, 가족과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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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나무를 보면 그냥 좋아요. 공원뿐 아니라 도시 전체에 자신의 역사를 자랑하는 나무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한 곳에 뿌리를 내린 채 세월을 켜켜이 쌓아온 나무들. 하지만 나무는 또 이렇게 말하는 듯 합니다. 수백 년이건, 수천 년이건 지나온 세월은 바로 어제처럼 한 순간인 듯 느껴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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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폰디체리에서의 생활 보고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건강하게, 검소하게, 평안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여기 올 땐 돈이 궁한 까닭에 마음까지 궁할까 조금 우려했었습니다. 한국음식이 그리울 거라고도 생각했고, ‘그림의 떡’이 된 맥주와 커피가 고문을 할 지도 모른다고 걱정했지요. 하지만 지금 내겐 자기만의 방과 나무와 바다가 있어서 별다른 게 필요치 않은 것 같아요. 몸과 마음이 많이 건강해지려고 이곳에 왔나 봅니다. 잘 지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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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s 1 : Comments 4
  1. 나은 2010.12.19 19:56 Modify/Delete Reply

    직접 뵌 적은 없지만 늘 익숙한 이름의 조이여울님, 이렇게 지내고 계시는군요^^ 사진과 글 잘 보았습니다. 편히 지내다 오셔요-

  2. 미니 2010.12.19 23:23 Modify/Delete Reply

    아, 좋네요. 건강 꼭 회복해서 돌아오세요!

  3. 신경희 2010.12.20 10:01 Modify/Delete Reply

    자기공간을 가진 행복한 시간 마음껏 만끽하시다 안전 귀가하세요`~
    참 편안하게 여행일기를 읽었습니다~~

  4. 여울 2010.12.21 22:23 Modify/Delete Reply

    나은님, 경희님 감사합니다. 평안한 휴식 취하고 돌아오겠습니다. ^^
    미니, 고맙구.. 내년에 봐. ㅎㅎ 다들 무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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