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눈

즐거운 일기 2008. 12. 8.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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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칠연계곡 가는 길

주말에 추워진다했는데... 지난 주 금요일 아침, 목감기가 채 낫지 않은 가운데 안그래도 빡빡한 12월 일정이 두려웠던 나는 '과연 오늘 일을 다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허둥지둥 집을 나서다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발을 유리에 좀 벤 것 뿐인데 병원까지 가서 응급처치를 하려니 마음만 더 급해졌다.

그렇게 발을 절룩이며 서울을 떠났다. 가는 길 산만한 눈발에, 매섭게 닥친 추위에, 여기저기서 오는 연락들. 오후가 되도록 이게 내 정신인가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기분 싫지 않았다. 따뜻한 공간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발이 욱신거리는 통증을 느꼈을 뿐.

약속된 인터뷰를 하고, 밤을 꼬박 새워 초안을 보내고, 그리고 내리 잠. 지리산 자락에 와서 아픈 목과 발을 감싸고 방구석에 틀어박혀 있는 모양이 우스꽝스웠지만, 방구석이라고 다 같은 건 아니다. 겨울을 좋아하고, 눈도 좋아하고, 바람도, 물도, 산도 좋아하는 내겐.

조용한 산청마을에서 모처럼 깊은 잠을 청하고 돌아오는 날. 내려오는 길에 보았던 눈쌓인 덕유산에서 겨울을 맞이할 만큼의 여유가 생겼다. 그러고 보니 이것이 내게 첫눈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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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s 20 : Comments 4
  1. Favicon of https://sunnyjunny.tistory.com BlogIcon goesby- 2008.12.09 12:40 신고 Modify/Delete Reply

    이번 겨울, 아주 오랫만에 편도선이 부었고, 그렇게 이제야 진짜 겨울이 왔네 싶었고, 제대로된 첫눈을 일욜날 맞았는데 왠지 낭만 따윈 전혀 없었을 뿐이고...^^;
    송년회를 기다리며..

  2. cognate 2008.12.09 14:22 Modify/Delete Reply

    언니도 편도선이 부었구나? 나는 가장 말을 많이 해야하는 때에 딱 목이 잠겨버려서 황당했어. 부랴부랴 둘둘 감고, 생강차 마시고, 약도 먹고, 할 수 있는 건 다했더니 몸살은 피할 수 있었지. 신기한 게 몸이야, 계절의 변화가 가장 약한 부분으로 오다니. 송년회 때 boa

  3. Favicon of http://blog.aladdin.co.kr/freejani BlogIcon 쟈니 2008.12.10 13:04 Modify/Delete Reply

    발 다친거야? 괜찮니? 날씨가 정말 추운 겨울이다. 요즘같은 때에는 조용한 산속의 집에서 따뜻한 차 마시며 책읽고 지내고 싶구먼..

    • 여울. 2008.12.12 01:33 Modify/Delete

      두 바늘 꿰맸는데 오늘은 거의 나은 것 같아. 겉으로 봐서 절룩거리는 느낌 없다고 하더라고. ^^ 난 왜 조용한 산속에 가서도 책 읽을 생각은 못하나 몰라. 조카들에게 선물해줄 동화책부터 하나씩 읽어가야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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